키움증권(039490)의 퇴직연금 사업 시작이 전산 문제로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퇴직연금 사업자 인가 신청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키움증권은 당초 올 하반기 전산 체계를 구축하고 인가 신청을 끝낸 다음 내년 상반기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퇴직연금은 리테일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사업 부문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인가 신청 연기에 따라 사업 시작 시점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 계획을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퇴직연금 사업을 위한 전산 체계 구축이 지연되면서다. 퇴직연금 사업을 위해서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운용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퇴직연금 사업을 개시함에 따라 회계·세무 처리를 위한 전산망도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퇴직연금 사업과 관련된 충분한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은 초기에 수익률이 나기 어려운 만큼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4월 퇴직연금 사업 준비를 위해 금융 당국과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키움증권이 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통상 금융 당국과 협의를 거치는 시점은 퇴직연금 사업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금융위원회 인가 신청 전 최종 점검을 할 때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시작된 이래로 적립금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고객 유치 확대를 위해 연금 부문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연금컨설팅본부 내 전문인력을 적극 확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고객 확보를 위해 ‘한투 퇴직 마스터’ 브랜드를 출범시키면서 컨설팅 역량을 더욱 강화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의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오프라인 영업망”이라며 “키움증권은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증권사이기 때문에 초기 사업 확장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측은 “전산 구축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내년 상반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스템에 만전을 기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