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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독성시험으로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앞당기는 KIT

최근 신약 개발과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실험용 동물로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가 각광받고 있다. 원숭이는 쥐나 토끼 등 설치류에 비해 해부학적, 생리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장류는 인간과 약효 및 독성 발현의 기전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영장류를 이용한 독성시험이 보편화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안전성평가연구소(KIT)가 영장류 독성시험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내 안전성평가연구소 (KIT) 지하에 위치한 영장류실. 각각 30마리의 암수 원숭이들이 주사를 맞고 있다. 매주 1회씩 13주에 걸쳐 이들이 투여 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바이오벤처기업 I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 올리고헥산 안티센스.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및 심부전, 염증성 질환 치료제 등에 사용되는 이 신약 후보물질은 시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성평가연구소가 이번에 진행한 전임상시험(前臨床試驗)은 정해진 시간 내 일정 한 양의 신약 후보물질을 원숭이의 정맥에 주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임상시험이란 새로 개발한 약물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에 여러 종류의 동물에게 사용, 부작용·독성 및 유효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인간과 종간 차이가 적은 영장류는 신약 개발이나 각종 신물질 개발과정에서 효능 및 독성시험에 활용, 사람에게 실시하는 임상시험의 결과 예측에 가장 신뢰성 있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산업의 발전과 함께 신약 개발이나 장기 연구 등이 활기를 띠면서 영장류를 이용한 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다. 본격적인 영장류 동물실험 시대를 맞고 있는 것.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가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시험에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0년대 들어서 본격 실시된 것.

초창기에는 주로 유전자 및 동식물 세포로 만들어진 생물의약품의 독성시험에 그쳤지만 3~4년 전부터는 표적 항암제와 백혈병 치료제 등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시험에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장류를 이용한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 시험이 왜 필요한지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지난 1960년대 독일에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라는 신약은 임산부용 신경안정제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 신약을 복용한 임산부 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직면해야만 했다. 아기들이 양팔이 자라지 않는 기형적 상태로 태어난 것.

탈리도마이드는 임신 중인 쥐와 개를 대상으로 한 독성시험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만일 사람과 약효 및 독성 발현 기전이 비슷한 영장류를 대상으로 독성시험을 했다면 이 같은 부작용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마법의 탄환’이라고도 불리는 항암제 글리벡은 쥐와 같은 설치류에게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독성시험에서는 탁월한 암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 같은 영장류 시험을 통해 안정성이 입증된 글리벡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원스톱 영장류 독성시험 서비스

영장류의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의 영장류 수급 상황은 좋지 않았다. 또한 관련 시험과 연구를 위한 인프라 역시 취약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의 영장류 시험센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영장류를 이용한 전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국내에서 최초로 영장류 독성 시험을 실시해 온 안전성평가연구소(KIT)가 선진국 못지않은 영장류 독성시험 서비스 체제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의약, 농약, 건강식 품, 화장품 등을 위한 각종 화학물질과 유전자 및 동식물 세포물질로 만들어지는 제품의 안전성 평가를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지난해 말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권명상 소장은 “신약 개발 후보물질은 반드시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로 시험해야 한다”며 “영장류 독성시험 분야에 있어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지난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찰수검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 사찰수검이란 FDA의 기준에 맞는 전임상시험 기술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를 평가하는 것. 안전성평가연구소가 수행한 전임상시험 결과가 FDA에서 받아들여지게 되자 국 내 제약사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의 전임상시험 의뢰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20억 원에 불과하던 수탁시험료 역시 2007년에는 17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무려 8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처럼 안전성평가연구소에 영장류 독성 시험 의뢰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검증된 기술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해외 영장류 시험센터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와 달리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시험상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 소장은 “현재 영장류 관련 시험은 안전성평가연구소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력을 통해 수탁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당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실에 수용 중인 원숭이는 약 300여 마리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폭주하고 있는 독성시험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영장류 확보가 관건이다. 하지만 국내에 도입되고 있는 실험용 원숭이의 대부분은 중국, 필리핀 등 특정국가 에 한정된 상태다. 더욱이 한 마리당 500만 ~600만원을 호가하는 중국산 원숭이들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독점하면서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지난해 말 중국으로부터 140마리의 원숭이를 도입키로 했지만 중국 정부의 희귀동물 수출 제한으로 수급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이에 따라 안전성평가 연구소는 최근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영장류 수급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기대돼

안정성평가연구소에서 영장류를 이용한 전임상시험을 거친 I제약의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는 지난해 6월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 제품은 현재 시판중인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보다 약효가 우월하고, 모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 중인 백혈병 치료제와 비슷한 약효를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해외의 전임상시험 대행업체가 아닌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수행한 전임상시험 자료로도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례다. 이에 앞서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V사가 개발한 심혈관 치료제 역시 지난 2007년 FDA의 임상시험 승인심사를 통과함으로써 국내에서 개발된 바이오신약(유전자 치료 제)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임상시험 진입에 성공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 제품은 임상시험 심사를 위해 제출 한 검증 보고서를 비롯해 면역독성시험, 유전·생식독성시험, 3개월 반복투여독성시험, 단회투여독성시험에 이르기까지 전임상시험 전 부문을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진행했다. 이처럼 영장류를 이용한 전임상시험은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해 앞으로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이끌어내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지난해 국내 G제약 과 바이오벤처기업 V사의 생물의약품을 비롯해 약 30여건에 달하는 영장류 독성시험을 진행, 이 부분에서만 수십억원의 수탁시험료를 벌어들였다.

특히 이 가운데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의뢰에 따른 독성시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해외시장 개척도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본혁 기자nbgkoo@sed.co.kr




특별대접 받는 독성시험용 원숭이


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실의 원숭이 4마리가 며칠 전 체내에 무선센서(telemetry)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에 있다. 이들 원숭이는 무선센서를 통해 모 제약사에서 개발 중인 생물의약품의 독성평가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들 원숭이 몸속에 삽입된 무선센서는 24시간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컴퓨터에 전송한다. 개발 중인 약물의 부작용을 알아보기 위한 이 시험은 심전도 등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독성유전체 연구팀에 샘플이 보내져 심장 독성 관련 유전자 변화 등의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영장류실에서는 원숭이들이 도입되면 병을 앓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30일 동안 검역을 실시한다. 원숭이들의 혈액, 체중, 기생충, 결핵 검사 등을 실시한 후 이상이 없으면 우리에 한 마리씩 수용된다.

이후 주기적인 검사를 반복한 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명되면 각종 독성시험에 사용하게 되는 것. 이곳에서 원숭이들은 남부럽지 않은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한 마리당 가격이 무려 500만~6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먹이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군(群) 사육시설에 일정기간 수용되기도 한다. 군집생활을 하던 원숭이들이 격리 수용돼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각종 병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영장류실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무균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기의 유입을 통한 오염물질 에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이유로 영장류실은 내부의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내부의 공기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루 24시간 내내 온도와 습도, 환기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필수다. 영장류실에 출입하기 위한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완전 살균된 위생복과 장갑, 고글, 마스크 등 완전무장을 갖춰야만 출입이 허가된다. 일을 마치고 나올 때에는 입었던 옷과 장비는 바로 소독실로 보내진다.

실험용 원숭이들의 무게는 2~5kg에 불과하지만 보통 성인 남성 이상의 괴력(?)을 발휘해 연구자들을 애먹이기도 한다. 영장류실의 이필수 기술사는 “원숭이에게 혈액 채취 및 주사 투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인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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