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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이 촉각을 위해 존재한다고?

지문(指紋)이란 말 그대로 손가락 안쪽 끝에 있는 살갗의 무늬 또는 그것을 찍은 흔적을 말한다. 사람마다 유일하게 갖고 있는 지문은 임신 4개월째 만들어진다. 몇몇 쌍둥이의 경우 지문에서도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지문이 만들어지는 데는 압력의 비율, 모태 속 태아의 위치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쌍둥이조차 서로 다르며 왼손과 오른손의 지문 또한 다르다. 동양계와 유럽계의 지문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

두 사람의 손가락에 있는 지문이 일치할 수 있는 확률을 억지로 계산해도 640억분의 1이라고 하니 전 세계에서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인 대신 도장의 사용이 더 일반적인 한자 문화권에서는 도장이 없을 경우 서명과 같은 의미로 지장을 찍는 관습이 있다.

참고로 이 같은 신원확인과 관련해서는 손금으로 알려진 장문(掌紋), 발바닥에 있는 족문(足紋)도 이용된다.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족문을 찍어 아이가 바뀌는 것을 막는 게 대표적이다.

지문은 범죄수사에서도 힘을 발휘 하는데, 법정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지만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물론 지문은 범죄학에 이용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지문이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정설은 지문이 손가락과 물체 표면의 마찰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해 무엇인가를 더욱 단단히 붙잡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 실험결과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100여년 동안 과학자들 사이에 통설처럼 여겨져 왔다.

예를 들어 컵을 잡았을 때 손가락 사이의 젖은 컵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문이 타이어의 홈처럼 막아주고, 이와 비슷하게 발바닥의 주름 역시 수영장에서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실험생물학 저널에 이와 정반대되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생체역학자인 롤랜드 에노스 교수와 피터워만 교수팀이 실제 실험을 해보니 오히려 지문이 물체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3분의 1이나 줄인다는 것 이다.



이들이 특수 장치를 개발해 플라스틱 투명판과 손 사이의 마찰력을 알아본 결과 지문의 굴곡이 물건과 손이 닿는 면적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마찰력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문의 가는 홈이 물체와의 접촉면을 적게 해 결과적으로 마찰력도 줄어들게 한다는 의미다.

물건을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서라는 기존의 설이 틀리다면 지문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생긴 것일까. 연구팀은 지문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그 해답을 프랑스 학자들의 연구에서 찾았다고 한다. 즉 지 문과 같은 골은 손의 촉각을 예민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거친 물체를 잡을 경우 지문이 피부의 변형을 도와 손가락에 물집이 잘 잡히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

이렇듯 실제 실험을 통해 지문의 역할이 새롭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에노스 박사팀은 사람 손이 촉감을 느낄 정도의 세기로만 실험했을 뿐 더 강한 힘이 주어지는 마찰력은 실험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물건을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 지문이 있으면 어떻고, 예민한 촉각이나 손에 물집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지문이 존재한들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문의 역할을 보다 정확히 이해해야만 의수나 로봇 손 의 기능을 진짜 손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다.

사람의 손처럼 물건을 만지고, 잡으며, 감각을 느끼게 하는데 지문이 그만큼 중요한 열쇠라는 얘기다.

인류가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손을 사용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의 손이 가진 특별한 기능을 이해하려면 지문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손이 가진 섬세한 기능을 흉내 내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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