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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요인?

애완동물이란 인간이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대상으로 사육하는 동물을 말한다. 개, 고양이, 카나리아, 금붕어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만 인식돼 있다.

하지만 애완동물도 이 같은 폐해를 발생시키며, 이에 따라 애완동물을 잡아먹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애완동물의 배설물은 강과 시냇물을 오염시키며, 이들이 먹는 사료를 위해서는 엄청난 토지가 필요하다.

또한 애완동물은 조류를 비롯한 각종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에 위험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애완동물을 잡아먹는 것이 현명한 대응일까?

뉴질랜드의 교수 부부인 로버트 베일과 브레다 베일은 최근 환경을 지키려면 애완동물을 잡아먹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담은 저서를 출간했다. 당연한 수순처럼 이 같은 주장은 애완동물 애호가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애완동물이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기에 이처럼 극단적 견해를 밝히게 된 것일까.

가파른 상승세의 애완동물 산업

현재 애완동물 산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미국 수의학회에 따르면 2007년 현재 미국 가정의 37.2%인 4,300만 가구가 개, 32.4%인 3,740만 가구가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구 당 평균 동물 보유수도 개의 경우 평균 1.7마리, 고양이의 경우 평균 2.2마리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2009년 현재 454억 달러에 달하며,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년 대비 4.9%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의 경우도 2007년 현재 애완동물 시장 규모가 45억 캐나다 달러에 이르며, 일본 역시 2005년에만 시장 규모가 37억 달러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일수록 애완동물 시장이 거대할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에 대한 각종 서비스가 발달돼 있다. 특히 애완동물의 구입비와 식비에 비해 의약품, 진료비, 그리고 기타 서비스 비용이 더욱 많다.

실제 미국의 경우 올해 전체 애완동물 시장 규모 가운데 동물 구입비와 식비는 각각 22억 달러, 174억 달러다. 반면 의약품 102억 달러, 진료비 122억 달러, 그리고 기타 서비스에 34억 달러가 각각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스캔, 암 진단, 항생제, 심지어는 애완동물용 줄기세포 치료까지 거론될 만큼 애완동물에 대한 의료 서비스는 날로 고급화돼 가고 있다. 항공기에 애완동물 전용공간을 마련한 항공사나 애완동물용 휴대폰을 개발한 회사도 나타나고 있다. 애완동물의 의식주 충족은 이제 기본이고, 애완동물의 웰빙을 추구하는 쪽으로 사람들이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애완동물의 지위 향상이다. 오랜 세월 동안 가축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취급에 만족해야 했던 애완동물이 지금은 거의 준(準)인간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와 인식의 근저에는 고령화와 저출산, 늦어지는 결혼연령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분명 현대인들은 과거 사람들에 비해 가족을 구성하는 시기가 늦어졌고, 가족의 규모나 응집력도 예전만큼 강하지 못하다. 때문에 과거 가족 구성원이 채워주던 자리에 애완동물을 들여놓는 것이다.

미혼자나 무자녀 가정, 자식들을 모두 독립시킨 노인 부부일수록 애완동물에게 많은 정을 주는 모습을 주변에서도 흔히 보게 되는데, 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애완동물 생태 발자국 SUV 2배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0월 환경을 지키려면 애완동물을 잡아먹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 교수들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와 같은 보신탕 문화권의 교수가 아니다. 뉴질랜드, 그러니까 애완동물을 비교적 아끼는 문화권에 사는 부부 교수인 로버트 베일과 브레다 베일이다. 이들은 뉴질랜드 웰링턴의 빅토리아 대학에서 건축학 교수를 역임하고 있으며, 친환경 생활전문가이기도 하다 .

이들은 신간 '이제는 개를 잡아 먹을 때: 지속 가능한 생활을 위한 실천 가이드'라는 책에서 여러 가지 애완동물이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을 초월하는 생태 발자국 (Ecological Footprint)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애완동물의 사료와 간식, 기타 용품을 만드는 데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것 이외에도 애완동물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질병과 공해를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생태 발자국은 지난 1996년 캐나다의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가 개발한 개념.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 등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의 생산과 폐기에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지수를 말한다. 지구가 기본적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 면적 기준은 1인당 1만8,000㎡고, 이 면적이 넓어질수록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가 된다.

베일 부부는 애완동물의 생태 발자국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기 위해 일반적인 애완동물 사료 내의 성분을 분석해 보았다. 중간 크기의 개 한 마리가 하루에 90g의 건조 고기와 156g의 건조 곡류가 포함된 사료 300g을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정도 크기의 개를 위한 사료를 만들려면 건조되지 않은 날고기 450g과 곡류 260g이 필요하다. 이 상태로 1년이 지나가면 개 한 마리가 소비하는 식품의 양은 건조하기 전의 무게로 환산할 때 고기 164kg, 곡류 95kg이 된다.

일반적으로 1년에 닭고기 1kg을 생산하려면 43.3㎡의 땅이 필요하다. 쇠고기나 양고기의 경우 더 많은 땅이 요구된다. 그리고 1년에 곡식 1kg을 생산하려면 13.4㎡의 땅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중간 크기 개 한 마리의 생태 발자국은 8,400㎡에 달하는 셈이다. 독일산 셰퍼드 같은 대형견의 생태 발자국은 1만1,000㎡까지도 나간다.

이 같은 애완동물의 생태 발자국은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베일 부부는 밝히고 있다. 이들은 배기량 4.6ℓ 의 도요타 랜드 크루저를 모델로 삼았다.

1년에 이 자동차로 1만km를 주행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 그러니까 차량이 직접 소모하는 연료가 가진 에너지 및 그 연료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의 합계는 55.1기가줄(GJ)이다. 1만㎡의 토지에서 연간 135GJ의 에너지를 뽑아내니까 랜드 크루저의 생태 발자국은 4,100㎡로 중간 크기 개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베일 부부만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영국 요크에 있는 스톡홀름 환경연구소의 연구자인 존 바렛 역시 자신이 직접 획득한 데이터로 애완동물의 생태 발자국을 측정한 후 베일 부부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환경적으로 봤을 때 사치"라면서 "특히 애완동물이 먹는 고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이산화탄소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베일 부부는 다른 애완동물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이 결과 고양이의 생태 발자국은 폴크스바겐의 자동차인 골프보다 조금 적은 1,500㎡, 햄스터는 플라즈마 TV의 절반인 140㎡이었다.



심지어 금붕어도 휴대폰 2대의 생태 발자국과 맞먹는 3.4㎡이었다. 캠브리지 대학 교수이자 영국 정부의 대체에너지 자문위원인 데이빗 맥케이는 베일 부부의 연구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고르는 것과 같은 환경적, 에너지 효율적 관점을 갖고 애완동 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 가운데 1% 이상을 사용하는 일이라면 과연 그 일이 꼭 필요한 일인지, 그 일에 에너지를 안 쓰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는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애완동물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합니다. 제가 봤을 때 고양이는 영국인 1인당 평균 사용 에너지의 2%가량을 소모합니다. 이는 개가 소모시키는 에너지보다도 많습니다."

애완동물이 환경에 누적시키는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미국의 애완동물 시장은 양과 질 모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애완용 개와 고양이의 숫자는 각각 6,100만 마리, 7,600만 마리다.

베일 부부의 계산에 의하면 고양이 보유 10대 강국의 고양이를 먹여 살리는 데만 무려 40만㎢의 토지가 필요하다. 이는 뉴질랜드 면적의 1.5배다. 그리고 영국을 제외한 개 보유 10대 강국의 개를 먹여 살리는 데는 뉴질랜드 면적의 5배만 한 토지가 필요하다.

애완동물 배설물에 의한 환경오염

애완동물은 이외에 또 다른 환경적 악영향도 미친다. 영국에는 현재 770만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데, 이들은 매년 1억8,8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이 1마리당 25마리 꼴이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고양이를 조사한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고양이가 이렇게 열심히 야생동물을 사냥해댄 결과 매나 족제비 등 다른 육식동물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주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개 역시 문제는 많다. 지난 2007년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피터 뱅크와 제시카 브라이언트는 개가 도시 외곽 삼림지대의 조류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 목줄을 한 개가 자주 다니는 지역은 개가 다니지 않는 지역에 비해 조류의 종수가 35% 적고, 개체 수는 41%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줄 없이 개가 다니는 지역의 조류생태는 이보다 더욱 상태가 좋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따르면 개는 유럽산 쏙독새와 같은 희귀종 새의 개체 수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애완동물의 생태적 악영향은 또 있다.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의 강과 시냇물에서, 특히 비가 온 후에 박테리아 서식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바로 애완동물의 배설물 때문이다. 박테리아가 많아지면 음료수로서의 수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용존산소량도 줄어들며,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양이의 배설물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 2002년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수달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뇌질환을 일으켜 죽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 기생충은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발견되며, 고양이가 길에 배설을 하거나 고양이의 배설물을 변기에 버리면 강과 바다로 유입된다. 돌고래와 고래도 이 같은 기생충에 감염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인의 생활 패턴부터 성찰해야

그렇다면 베일 부부가 낸 저서의 제목처럼 애완동물을 모두 요리해 먹어버리는 과격한 방식이 환경을 위한 길일까. 대부분의 애완동물 주인들은 그렇게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베일 부부는 애완동물의 식단 개선을 권고한다. 무엇보다 식단의 고기 함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 애완동물용 고기를 만드는 데는 채소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베일 부부는 또한 애완동물을 야생동물이 많은 곳에 데려가지 말 것을 권고한다. 특히 고양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밤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면 고양이에 의한 야생동물 공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베일 부부는 기왕이면 혼자만의 애완동물보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육하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좋고, 먹을 수 있는 알을 생산하는 등 여러 가지 용도를 가진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게 환경에 이롭다고 밝혔다. 물론 잡아먹을 수 있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환경에는 가장 이롭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과거부터 보신탕이나 고양이탕 등의 형식으로 베일 부부의 가르침(?)을 상당 부분 실천해 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애완동물을 더욱 귀하게 여겨온 구미에서는 베일 부부의 이 같은 파격적인 주장에 대해 반발이 심하다. 무엇보다도 '애완동물 몇 마리 없앤다고 환경이 살아나겠느냐' 하는 것이 반론의 주된 요지다.

지난 2008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연구한 바로는 미국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평균의 무려 5배에 달하며, 미국의 노숙자조차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미국인들이 집을 없애고, 자동차를 없애며, 애완동물을 없앤다고 해도 여전히 세계 평균치를 능가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다. 즉 환경오염의 주범은 애꿎은 애완동물이 아닌, 그것의 주인인 인간이라는 것이다.

또한 애완동물은 인간에게 기쁨, 행복, 그리고 삶의 의미를 준다. 수명을 연장시키는 등 각종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런데 베일 부부의 주장은 이 같은 중요한 사실을 모두 무시하는 처사라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애완동물 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것은 인간으로 이루어진 가족과 친교를 나눌 수 없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기인하는 바 크다. 이 같은 와중에 터져 나온 베일 부부의 주장은 사람에 따라서는 인생의 유일한 낙을 포기하라는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애완동물의 환경적 피해를 걱정하기에 앞서 타인에게서 소외되는 인간의 문제부터 성찰해 달라는 것은 과학자들에게 너무 무리한 주문일까.







글_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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