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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심 대란 원천봉쇄…해킹 불가능한 '양자암호' 뜬다
산업IT 2025.05.07 17:49:45SK텔레콤(017670)의 가입자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양자암호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에 쓰인 신종 수법인 ‘BPF도어’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 심지어 양자컴퓨터까지 동원한 해킹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자 양자암호라는 새로운 방패 도입이 시급해진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 주도로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한 만큼 한국 역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판젠웨이 중국과학원 원사가 이끄는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은 표준 광섬유로 이뤄진 403㎞ 구간의 양자암호통신(QKD)에 성공했다는 연구 성과를 미국물리학회(APS)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엑스’에 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기술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인 초당 47.8비트의 전송속도를 보여주며 보안 메시지 전송, 금융거래용 키분배 등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도 일본 도시바 유럽법인 연구진이 고가의 장비 없이 기존에 쓰던 상용 통신망을 활용해 254㎞ 거리의 QKD에 성공했다는 연구 성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애벌런치 광다이오드’라는 상온 가까이에서 작동하는 값싼 장비를 활용해 극저온 냉각 없는 일반 광섬유 케이블로 정보를 전송했다. 최근 두 건의 성과는 QKD를 까다로운 조건 없이 표준 광섬유나 상용 통신망처럼 현재 쓰이는 저렴한 통신 인프라만으로도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산업계 전반으로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QKD는 입자가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갖는 ‘양자중첩’ 상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수신자만 갖는 ‘양자키’ 없이는 정보가 0인지 1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해커가 중간에서 정보 탈취를 시도하면 양자중첩이 붕괴돼 정보도 손실된다. 다만 기존 광섬유나 전선으로 이뤄진 통신망을 그대로 사용하면 역시 정보가 손실되는 문제가 있어 극저온 등 특수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윤천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본부장은 “산업계 전반의 보안 역량을 높이려면 QKD 도입이 필수지만 송신부와 수신부 한 세트를 도입하는 데만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 일반 기업이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장비 소형화와 저가화 기술 개발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QKD와 양자내성암호(PQC)를 합친 하이브리드(혼합) 양자암호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PQC는 양자컴퓨터가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 암호 알고리즘을 대체할 새로운 알고리즘이다. QKD는 송수신자에게 양자키를 안전하게 나눠주는 장비(하드웨어)이고 PQC는 새로운 알고리즘(소프트웨어)이라서 둘을 상호 보완적으로 함께 쓸 수 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관련 사업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QKD·PQC 하이브리드 제품을 출시했고 여기에 쓰인 계열사 IDQ의 QKD 장비는 올 초 업계 최초로 국가정보원의 보안 검증을 받았다. 관련 기업들과 협력체 ‘엑스퀀텀’도 꾸렸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도 최근 한국전력기술에 PQC 전용회선을 구축하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KT는 QKD 기반 무선통신과 더 고도화한 양자인터넷 개발을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PQC 솔루션 ‘알파키’를 출시하고 이를 AI 서비스에도 적용했다. 삼성SDS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개발한 PQC 알고리즘 ‘에이머’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 최초로 ‘갤럭시 S25’에 PQC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아이온큐가 이달 IDQ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간 시너지를 꾀한다. 앞서 퀀텀엑스체인지가 800㎞ 구간의 QKD 망을 구축하는 등 민간에서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노력이 활발하다. 특히 미국 정부는 양자인터넷에 필요한 양자중계기를 연내 개발하고 2040년까지 국가 양자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IBM이 개발한 PQC 알고리즘을 표준으로 채택하며 글로벌 표준 선점에 나선 상태다. 중국은 지상을 넘어 ‘스타링크’처럼 인공위성을 활용해 통신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QKD, 즉 양자통신위성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중국 양자기술의 아버지 판 원사 주도로 2016년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모쯔(묵자)호’를 발사해 7600㎞ 구간의 QKD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3월 신형 ‘지난(제남) 1호’를 통해 1만 2900㎞ 통신으로 최장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웠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역시 2030년대 국가 양자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가별 양자통신 기술 수준은 미국이 84.8점 1위, 중국이 82.5점으로 2위를 기록했으며 한국은 2.9점으로 조사 대상 12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미국은 2019~2023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전략으로 39억 달러, 올해부터 2029년까지 18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은 누적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양자전략위원회를 출범하고 올해부터 8년간 7000억 원 규모의 첫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인 ‘양자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관련 절차 지연으로 예산 집행 등 실질적 착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
소상공인 평가시스템 부재…지역신보, 신용 1~3등급 이자지원 133배 많아
경제·금융금융정책 2025.05.07 17:49:38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면 대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리가 낮아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가 발생해도 지역신보에서 80~90% 안팎을 대신 물어주는(대위변제) 만큼 위험도가 크게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1~3등급 소상공인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연 5.49%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지역신보의 보증부대출을 이용하면 4.25~4.47%로 떨어진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 1~3등급인 소상공인이 지역신보를 이용해 아낀 금융비용은 최소 949억 원으로 추산된다. 2020~2024년 5개년으로 기간을 넓히면 총 8634억 원의 이자를 아낀 셈이다. 반면 지난해 신용 8~10등급인 저신용 소상공인이 지역신보를 통해 아낀 금융비용은 고작 1억 9000만 원에 불과했다. 최근 5년치를 합쳐도 65억 원에 불과하다. 지역신보가 지난 5년간 고신용자(1~3등급)에게 제공한 금융비용 절감분(8634억 원)이 저신용자(65억 원)보다 133배 많은 것이다. 상호금융·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간 금융비용 절감 혜택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자 절감 효과가 저신용자 쪽에서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쪽의 차이는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이 많다. 신용등급 8~10등급인 저신용 차주에 적용된 지역신보 보증부대출 금리는 5.41~6.03%로 은행권(10.39%)보다 4.36~4.98%포인트 낮다. 금융계에서는 지역신보가 오히려 고신용자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소득 역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7일 “일반 시중은행이 해도 부담이 안 되는 금융을 정책기관이 대신 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 행태”라며 “지금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행태가 지속된다면 힘든 자영업자는 계속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봐도 지역신보의 고신용자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개인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에게 공급된 지역신보 신규 보증 공급액은 5조 8262억 원으로 전체의 50.6%에 달한다. 이 비중은 전년(46.2%)에 비해서도 4.4%포인트 확대됐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고신용자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배경으로 지역신보의 재무 악화를 꼽는다. 경기 악화에 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줘야 할 빚이 급증하고 있어 처음부터 연체 가능성이 낮은 이들을 골라받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당시 과잉 공급한 대출이 경기 침체에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는 것이 한몫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로 6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신보가 부실화하면 연쇄적으로 신보재단중앙회도 건전성이 나빠진다. 신보재단중앙회는 각 지역신보가 공급한 금액의 일부를 재보증한다. 지난해 신보재단중앙회가 쌓은 재보증보전금은 1조 9598억 원에 달했는데 이 중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은 1조 5077억 원이나 됐다. 신보재단중앙회의 자료를 보면 지역신보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상공인 경기가 열악한 상황에서 지역신보에서도 부실에 대한 염려가 많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평가와 심사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지역신보의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말 현재 지역신보의 보증공급 잔액은 42조 7000억 원이다. 같은 시점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325조 6000억 원)의 13%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2.9배나 불어났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총 14조 2000억 원의 지역신보 신규 보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년(11조 5032억 원)보다 23.4% 늘어난 규모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지역신보가 지금처럼 계속 커지면 지역신보 보증서만 보고 대출을 집행하는 시중은행의 관행 역시 굳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럴수록 채무자는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역시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
구글 트래픽 비중 31% 돌파…'망 무임승차' 대응은 첩첩산중
산업IT 2025.05.07 17:49:21구글의 국내 통신망 트래픽 비중이 31% 선을 넘어서며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재차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국내 통신망에 가장 많은 트래픽 부담을 안기면서도 이를 분담할 수천억 원 규모의 망 이용대가(망사용료)는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업계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지만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와 국정 공백 장기화, 게다가 최근에는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망사용료 문제에 제대로 나설 수 없는 상황에 처해 구글의 ‘망 무임승차’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도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의 일평균 트래픽 현황’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트래픽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1.17%다. 2021년 집계 이래 27.1%에서 2022년 28.6%, 2023년 30.55%에 이어 또다시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넷플릭스(4.88%), 메타(4.39%), 네이버(4.86%), 카카오(1.26%) 등 경쟁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트래픽은 통신망을 오가는 데이터의 양이다. 많을수록 통신사의 망 운영과 증설 등 투자 부담도 커진다.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가 본격 성장하며 트래픽이 급증하자 통신사들은 추가적인 망 투자 부담을 ‘원인 제공자’인 구글·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네이버·카카오가 매년 수백억 원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구글은 수천억 원, 다른 해외 CP까지 합치면 최대 조(兆) 단위의 연매출이 걸린 사안이다. CP 측은 통신사가 이미 가입자에게 통신비를 받고 있으며 망사용료 부과는 인터넷상 모든 데이터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독일 등 해외에서는 망사용료 지급 계약이나 법원 판결 사례가 있어 통신사들은 CP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1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관련 소송 1심에서 법원이 넷플릭스의 망사용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동영상을 중심으로 매년 급증하는 트래픽을 통신사 홀로 감당하고 있다”며 “트래픽 증가에 걸맞은 투자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품질 저하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래픽 증가에 맞춰 갈등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개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망사용료는 사업자 간 협상으로 정해지는데 국내 통신사는 협상력이 떨어져 협상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이치텔레콤 같은 글로벌 통신사와 달리 지역 통신사인 국내 3사는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부터가 어렵다”며 “호주의 뉴스미디어협상법처럼 제도가 뒷받침돼야 사적 협상에도 원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망사용료 요구는 기본적인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라며 “한국은 다만 시장 논리가 통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이라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럽연합(EU)도 망사용료 협상 중재를 규정하는 디지털네트워크법(DNA) 입법을 추진 중이다. 다만 정부 차원의 대응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에 따른 국정 공백에 더해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의 망사용료 규제 움직임을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꼽으면서 단순 업계 갈등을 넘어 통상 마찰로 번질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며 정부 역시 적극 중재보다는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SK텔레콤도 현재 해킹 사고 대응에 집중하고 있어 망사용료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구글은 망사용료 논란에 더해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가 240억 원에 그치며 조세 회피 논란을 빚었고 우리 정부에 고정밀 지도 반출 데이터 반출까지 요구하며 업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 의원은 “글로벌 빅테크의 영향력에 의해 시장의 균형이 깨져버린 지 오래”라며 “계약의 형태나 내용은 시장 자율에 맡겨두되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는 자체를 거부하는 사태 만큼은 막을 수 있게 최소한의 법 규범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심보호 '100%' 완료에도…악성코드 불안감 여전
산업IT 2025.05.07 17:48:54SK텔레콤(017670)이 해외 로밍 요금제 이용자를 제외한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가 불법 유심 복제를 차단하는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7일 밝혔다. 하지만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최소한의 윤곽만 드러난 상황이어서 이용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이날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6일 18시 기준 유심 보호 서비스에 2411만 명이 가입하면서 알뜰폰 고객을 포함해 자동 가입 적용 가능 고객은 100% 가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100만 명의 미가입자는 로밍 요금제 가입 등으로 인해 자동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로 14일 정도면 로밍 이용자들도 유심 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킹 조사가 초기 단계인 만큼 일부 고객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다. 다행히 해킹 사건에서 최근 추가로 발견된 악성코드 8종이 사건 초기 악성코드들이 발견됐던 홈가입자서버(HSS) 3대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피해 확산 우려는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민관 합동 조사단이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최근 추가 공개한 SK텔레콤 공격 악성코드 8종은 HSS 서버 3대에서 나왔다. 이들 서버 3대는 SK텔레콤이 가입자 정보를 분산한 서버 총 14대 가운데 일부로 최초 공개된 악성코드 4종 역시 이들 서버에서 발견된 바 있다.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새로운 악성코드가 기존에 알려진 서버 외에 새로운 서버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해킹 위협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다양한 안전 장치로 고객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유심 포맷(소프트웨어 변경을 통한 유심 초기화)은 12일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이심 교체 프로세스를 간편하게 개선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유심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12~13일 유심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받을 계획이다. 이후에는 하루 25만 명에서 30만 명 정도가 유심 교체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미쉐린처럼 협력사 '안전 인정' 평가…사고 줄고 수주는 늘었다
부동산분양 2025.05.07 17:48:23“후방에 사람이 있어 위험합니다. 작동을 멈춥니다.” 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K-프로젝트 신축 공사현장. 흙을 퍼 나르던 굴착기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자 장비가 자동으로 멈춰 섰다. 후방에 달린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인체를 인식하자 스스로 운전을 중지한 것이다. 김용태 삼성물산 안전보건팀장은 “굴착기와 지게차가 이동하기 위해 유도원이 장비에 접근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AI 인체 인식 카메라는 자재 등 다른 장애물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사람만 인식해 곧바로 작업을 중단시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춰주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안전연구소가 설립 3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건설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협력사에 안전 인센티브를 도입하자 사고 발생 감소는 물론 수주 증대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안전연구소는 삼성물산이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응해 설립한 조직이다. 설계 과정부터 안전 리스크를 제거하는 △DFS(Design For Safety) △장비·IT 개발 △협력사 컨설팅 총 3개 분야에서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갖춘 동일 목적의 조직 중 최대 규모다. 건설안전연구소가 도입한 제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안전인정제’다. ‘미쉐린 가이드’처럼 안전 평가를 거쳐 협력사를 1 스타~3 스타로 구분한 뒤 등급이 높은 업체에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심사 과정이 까다로운데다 매년 재평가를 받아야 해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삼성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골조부터 페인트 도장작업까지 총 15개 공종에서 안전인정제를 시행 중이며, 가장 높은 3 스타를 획득한 협력업체는 도입 첫해 41곳에서 올해 4월 98곳으로 증가했다. 김재현 삼성물산 건설안전연구소 부소장은 “최저가 입찰 방식이 아닌 적격심사제를 통해 우수사를 선정하기 위한 제도”라며 “공사비가 일부 증가하지만 사고 발생 시 대응 관련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도입 초기에 반감을 드러내던 협력사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 3년 연속 3 스타를 획득한 40년 업력의 대주중공업의 김석근 상무는 “3 스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담팀은 일주일, 임원은 2주,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현장에 방문해야 하는데 관여도가 높아지다 보니 개선점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다”며 “다른 현장에도 같은 방식을 도입하니 사고 발생률이 50%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안전 강화는 수주 실적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동 K-프로젝트 현장이다. 연 면적 21만㎡(6만 6000평)에 지하 8층~지상 17층 규모로 크래프톤 사옥과 이마트 등 판매시설을 짓는 이곳은 삼성물산이 지난해 수주한 사업장이다. 건설안전연구소는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당시 총 30여 건의 안전 설계를 제안해 경쟁사를 제치고 계약을 따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로 옥상에 설치할 태양광 패널을 작업자들이 높은 곳에서 직접 하나하나 붙이지 않고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조립만 할 수 있도록 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지상·지하마다 공사 팀장을 추가로 배치하고, 입찰 금액과는 별도로 안전 강화비를 사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병수 성수 K-프로젝트 총괄안전보건책임자(PM)는 “단 한 건의 안전사고가 프로젝트 성패로 이어질 수 있어 최근 대주단 등 발주처도 비용을 더 투자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곳에 공사를 맡기는 추세”라고 전했다. 안전 장비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안전연구소는 크레인 운전자가 약 100m 높이에서도 모니터를 통해 아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하방 카메라를 개발해 현장에 도입했다. 기기 도입 전에는 작업자들이 무전기를 통해 구두로 작업물 위치를 조절해왔다. 현재 삼성물산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500톤 이상의 크레인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밖에 10m 높이의 트럭에서 자재를 내릴 때 낙상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이동식 추락방지 장비도 올해 신규 개발해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
사고 수습 비용만 수천억…SKT 통신 1위 아성 '흔들'
산업IT 2025.05.07 17:48:06유심 해킹 사고 후폭풍으로 SK텔레콤(017670) 실적 하향이 불가피해지면서 SK텔레콤과 KT(030200)의 영업이익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심 교체 비용은 물론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마케팅 비용과 과징금 등 SK텔레콤이 치러야 할 비용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통신사업자 1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날 기준 1조 9820억 원으로 집계됐다. KT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 4426억 원으로 SK텔레콤보다 4000억 원 많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과 2024년은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KT를 앞섰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KT가 본사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출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지급된 위로금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8095억 원에 그친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치를 비용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2일 보고서를 통해 유심 교체 비용과 과징금 등을 합해 SK텔레콤의 지출 규모가 4000억 원을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신한투자증권이 지난달 분석했던 재무 부담(1000억~2000억 원 수준)보다 훨씬 큰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 9980억 원에서 1조 9180억 원으로 하향했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신규 가입자 모집이 중단된 상황에서 가입자 이탈이 지속될 경우 SK텔레콤의 시장 지위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가입자 기반 약화, 점유율 유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 확대는 유심 교체 비용, 과징금 부과보다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1분기만 해도 KT가 69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SK텔레콤(5590억 원)을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한 SK텔레콤의 실적 영향은 2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인 만큼 양 사 간 실적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징금의 경우 2023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이후로 전체 매출액의 3%까지 부과 가능하지만 위법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은 제외될 수 있으며 법 위반 정도에 따른 감경이 가능하다”면서 “과거 사례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수준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 17조 9406억 원의 3%를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과징금 규모가 5000억 원을 웃돌지만 실제 과징금은 이보다 낮을 것이라는 얘기다. -
"날씨·항로 분석해 연비 5.3% 개선…HD현대마린, 스마트 솔루션으로 해외공략 속도"[CEO&STORY]
산업기업 2025.05.07 17:47:15전 세계를 누비는 선박은 조선소에서 고철로 몸통이 만들어진 뒤 뇌와 중추신경 역할을 하는 통합 제어 시스템이 탑재돼야 비로소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설계된 스마트 솔루션이 더해지면 연료를 절약하면서도 안전사고를 막고 선박의 고장도 즉각 탐지하는 ‘똑똑한 배’로 거듭난다. 지난달 24일 찾은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의 스마트관제센터는 스마트 솔루션의 산실(産室)과 같은 곳이다. 300인치 초대형 화면을 통해 400척이 넘는 선박의 운항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였다. 직원들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스마트 솔루션이 탑재된 선박들의 항로, 속도, 연료 소모량과 선박의 주요 기기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7년 업계 최초로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인 ‘ISS’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ISS는 선박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운항 효율을 높이고 안전 운항을 지원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선박의 현재 위치에서 최적의 항로를 제시해 연료 소모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탈탄소, 경제 운항 솔루션인 오션와이즈도 운영하고 있다. 올 초 SK해운과 현대글로비스의 선박에도 오션와이즈를 탑재했다. 최적 항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기상 정보가 필요해 일본의 웨더뉴스와 제휴를 맺었고 지난해 7월 항만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씨벤티지에 3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는 “오션와이즈는 지난해 출범한 후 450척 정도에 탑재가 됐다”면서 “HD현대의 선박 자율 운항 자회사인 아비커스의 시스템인 하이나스와 오션와이즈를 결합해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박도 자동차가 발전하는 속도로 진화를 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ISS가 여러 가지 플랫폼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를 통합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는 ISS 2.0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스마트 솔루션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국내 해운사와 선박에만 스마트 솔루션을 제공했다면 해외 선사를 대상으로도 고객층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고객사 100여 곳을 상대로 ‘오션와이즈 테크니컬 워크숍’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오션와이즈를 통해 연비를 5.3% 개선할 수 있다고 하자 고객사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국내 대형 선사는 대부분 쓰고 있는 오션와이즈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으로도 확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사이에 친환경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선박에 적용되는 기술이 고도화됐다”며 "그만큼 고품질·고비용의 서비스가 필요해 추후 선박 유지·보수(AM·After Market) 사업에서 기회가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
"마음 졸였을 고객 입장 못 살펴"…총수가 직접 나서 사태 진화
산업IT 2025.05.07 17:45:12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수습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은 핵심 계열사의 미래 전략 훼손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SK텔레콤은 ‘1위 통신사’에서 ‘1위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변신 및 도약에 주력하고 있다. 애초 이 같은 변화에 뛰어들었던 자신감은 전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2500만 통신 가입자 수에 있다. 하지만 가입자 불신 및 이탈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AI·데이터·보안 등 신산업 분야의 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유심을 교체하려고) 오래 기다렸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으로 마음 졸인 많은 고객에게 불편을 드렸다”며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개인 고객 눈높이에서 사과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사실상 다른 모든 경영 활동을 멈추고 해킹 수습에 올인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일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매일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연휴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SK브로드밴드·SK텔링크 직원 1160명 정도가 유심 교체 등을 담당하는 2600여 개 매장에 자발적으로 나가 현장을 지원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그룹 전체의 AI 체질 개선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최 회장을 움직인 것으로 판단된다. SK텔레콤 해킹 사태 장기화가 그룹 전체에 미칠 악영향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3월 AI 데이터센터(DC), 그래픽처리장치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을 골자로 하는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거점에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장이 들어가는 100㎿급 AI DC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AI DC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SK브로드밴드·SK가스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솔루션 및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매각 등 AI 투자를 위해 마련한 실탄을 유심 확보와 과징금 등 예기치 못한 분야에 사용할 처지에 놓였다. 이 경우 SK텔레콤의 AI 관련 사업 일정과 그룹 내 다른 AI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날 브리핑에서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 계획을 갑자기 변경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번 일로 여러 가지 영향이 있게 된다면 최대한 고객 보호 조치가 가장 우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개별 계열사 역량만으로는 조속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보안 체계 검토, 시스템 투자 확대 등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국가기간사업자로서 SK텔레콤의 역할에 대한 성찰도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보안이 아닌 국방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방 상황을 제대로 검토하고 안보 체계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은 8일 열릴 예정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행사 참석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문회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
이기동 대표 "최대실적 결실 맺은 상장 1년…이젠 지속성장 모멘텀 만들 것" [CEO&STORY]
산업산업일반 2025.05.07 17:45:02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이 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1주년을 맞았다. ‘선박 AS 전문 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6년 HD현대의 조선·해양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출범한 HD현대마린솔루션(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설립 초기인 2017년 2403억 원이던 매출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늘어 지난해 1조 7455억 원(약 7.3배)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46억 원에서 2717억 원으로 5.0배 증가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2020년 대표직에 오른 후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해 2027년까지 계속 회사를 이끌게 됐다. 경기 성남시 HD현대 판교 사옥 집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면서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한쪽 벽면에 정성스레 걸어둔 새빨간 재킷이었다. 1년 전 한국거래소 상장 기념식에서 그가 입었던 옷이다. 이 대표는 “1년이 넘는 준비를 거쳐 상장에 성공했고 다시 1년이 지났다”면서 “지난해 상장회사들 중에 가장 규모가 컸는데 자리도 가장 성공적으로 잡은 듯해 최고경영자(CEO)로서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상장을 하면서 언론과 투자자에게 회사 성장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올 1분기 실적은 눈부시다. 매출 4856억 원, 영업이익 830억 원으로 4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분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올해 목표로 제시한 매출 2조 556억 원 달성과 핵심 사업 매출 연평균 성장률(CAGR) 20%대 유지는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범할 때 200명에 못 미쳤던 회사 인원도 850명 수준까지 증가했다”면서 “앞으로도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만큼 인력이 쑥쑥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선장에 오르기 전 HD현대중공업에 몸담았다. 1985년 입사해 쭉 엔진사업부에서 대리·과장·차장·부장, 그리고 상무·전무·부사장까지 달았다. 말하자면 ‘40년 엔진 외길 인생’을 걸은 셈이다. 이 대표는 “울산 조선소 엔진 생산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2000년대 초반 엔진 공장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신공장 건설을 임직원들과 함께 일궜고 노사문제, 안전 관리 등 업무를 많이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휘봉을 쥐게 된 것도 그가 ‘엔진 박사’이기 때문이다. 엔진은 ‘선박의 심장’으로 일컬을 만큼 핵심 부품으로 전체 선박 가격의 10%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애프터마켓(AM)으로 불리는 선박 AS 사업에서도 엔진은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추진할 당시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대표를 맡고 있던 그가 수장이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대표는 “2015년을 전후해 유가가 급락하며 유조선과 해양 플랜트 사업이 고꾸라지면서 조선업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당시 한 해 영업적자가 4조 원에 이르렀고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으로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엔진사업부 또한 전체적인 리스트럭처링(사업 재구축)이 필요했고 공정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위기를 견딜 체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줬고 업황도 서서히 좋아지면서 사업 대표를 맡는 동안 적자 한 번 내지 않고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 출범 아이디어는 이 같은 암흑기에 나왔다.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 부회장(당시 현대중공업 경영지원실장)은 선박 기술 디지털화와 글로벌 친환경 규제 등으로 선박 수리 및 개조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했다.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사업부 등에 분산돼 있는 선박 관련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했고 정 부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았다. 정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대표직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정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대표를 지낼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 대표는 정 부회장의 뒤를 잇는 2대 대표다. 그는 “AS는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해 큰 돈이 안 되는 분야였지만 불황이 길어지면서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시장이 간절한 상태였다”며 “미래 성장성도 충분했기 때문에 기존에는 없던 사업 형태가 탄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까지도 선박 건조 없이 AS 등 솔루션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일하다. 정 부회장은 대표직을 물려주면서 이 대표에게 다양한 사업 발굴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HD현대에 소속된 대부분의 회사들은 생산 공장을 갖고 있지만 저희는 공장이 없다”며 “몸집이 가볍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 내에서 종합상사처럼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저희 회사고 생존을 위해서도 지속 성장을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며 “정 부회장은 지금도 다양한 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 대표 취임 후 AM 솔루션 사업 외에 친환경 개조,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 디지털 솔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 대표는 “회사는 선박 대형 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독일의 만에너지솔루션과 스위스 윈지디로부터 엔진 관리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고 시장점유율 40%에 달하는 HD현대중공업의 선박 발전용 엔진 ‘힘쎈’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며 “AM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여기에 수익을 배가시키는 것이 친환경 규제 강화”라며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EU-ETS),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대책 등이 발효됨에 따라 선박 개조 시장에서 급성장을 이루는 모멘텀(동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 개조 사업도 점차 고난도 기술과 고비용 서비스가 필요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의 기술력을 따라올 수 있는 국가나 기업은 아직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7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시작으로 미국 휴스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지역에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스 아테네와 독일 함부르크, 일본 도쿄, 파나마 파나마시티 등에는 지사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매출의 8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된다”면서 “해외 법인과 지사의 인력을 지금보다 더 늘려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외 출장이 있고 매주 40~50명 정도의 직원이 해외에 나가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직접 나가서 고객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수리 대리점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 ‘CEO로서의 남은 목표’를 묻자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5세가 채 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앞으로 5년 정도는 저도 직원들도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당대에만 잘 먹고 잘 산다고 끝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회사가 10년·20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은 한두 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 개발과 시스템 고도화, 필요한 투자들을 적기 적소에 해놓아야 한다”며 “일을 미루면 늦거나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젊은 직원들이 많은 만큼 회사는 오래 성장해야 하고 ‘젊은 컬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런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He is… △1961년 충북 보은 △1986년 부산대 기계공학 학사 △1985년 현대중공업 입사 △2012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고속엔진 담당임원 △2012년 현대커민스엔진 대표이사 △2016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대형엔진조립 담당임원 △2017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영업 부문장 △2018년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사업대표 부사장 △2020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2021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사장 △2023년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
신약 마일스톤은 무풍지대…빅파마 '韓 R&D 여력' 줄어들 수도
산업기업 2025.05.07 17:44:38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기술수출 바이오텍들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밖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개발이나 임상단계 등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빅파마들이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 간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완제의약품 수출이 아닌 기술수출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이오 기업들은 관세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후보물질 개발 단계에서 미국 등 해외 파트너사와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진출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정책이 바뀌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마일스톤이나 로열티 관련 계약이 변경되지는 않는다”며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생산과 유통·마케팅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한양행(000100)의 비소세포폐암 ‘렉라자’는 2018년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됐다. 미국 판매 제품은 모두 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판매 수익 로열티를 받는 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에 대한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올릭스(226950), 알테오젠(196170)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인 GSK에 4조 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한 에이비엘바이오 측은 "완제품을 수출한 게 아니라 임상 결과 데이터에 따라 정해진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수령받기 때문에 관세 영향이 없다"며"영향이 없다 보니 관련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올 2월 미국 일라이릴리와 6억 3000만 달러(약 91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올릭스도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완제품 소비재가 아니고 아니고 기술이전이다 보니 관세 정책이랑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빅파마들이 잇따라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어서 R&D 여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빅파마들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로 투자해 자금이 부족해지면 기술이전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들은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기술이전 투자를 확대하기보다 자국 생산 시설 등에 투자 확대를 우선 검토할 수 있다”며 “이들 기업이 트럼프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할 경우 수익성의 압박을 받아 R&D 투자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의약품 관세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는 바이오 업계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램시마’와 ‘짐펜트라’ 등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수출하는 셀트리온은 이날 홈페이지에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올려 “미국 현지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를 통한 완제의약품(DP) 생산 계약을 완료해 현지에서 생산 가능한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이미 약 15개월 분의 재고를 미국으로 이전해 올해 판매물량에 대한 대비를 마쳤다. 회사 측은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확보의 경우 예비 검토를 끝낸 가운데 종합적인 내용들을 포괄한 상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날 미국 관세 부과와 관련해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혁신적인 신약 개발과 미국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파트너로서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며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에 대한 강력한 미국 내 공급망이 구축되기 전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환자들이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 제한에 직면하게 될 수 있고 결국 미국 국가 안보 및 보건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득이 현재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서 생산된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는 면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
현대홈쇼핑, 1분기 영업이익 18.6% 뚝…"건설 침체·이상기후 영향"
산업생활 2025.05.07 17:43:38현대홈쇼핑은 올해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48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6% 감소했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59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 줄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33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71.7% 감소했다. 홈쇼핑 사업 별도 기준으로는 1분기 25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88억 원으로 9.0% 감소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고객 트렌드 변화에 따라 가구나 렌탈 등 고단가 상품을 축소하고 뷰티와 패션 상품군 편성을 늘린 게 주효해 홈쇼핑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다”면서 “현대홈쇼핑과 현대L&C, 한섬, 퓨처넷 등이 포함된 연결 기준으로는 건설경기 침체와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종속회사들의 업황이 부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고팍스 인수 2년 만에…바이낸스, 고파이 상환 책임 외면
블록체인블록체인 2025.05.07 17:43:082년 전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약속하며 고팍스를 헐값에 인수한 바이낸스가 끝내 책임 이행을 외면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투자금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해 규모는 처음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난 상태다. 상환 재원 마련했지만 실행은 미뤄져 7일 디센터가 입수한 2024년 4월 8일 회의 녹취록에서 바이낸스 임원은 "크립토 바스켓을 사용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리더십 팀을 내부적으로 설득하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스켓으로 사용자들을 보호하려 해도 회사는 결국 살릴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고파이 미지급금을 상환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는 바이낸스 임원진 2명과 고팍스 전 주주가 참여했다. 실제 회의가 진행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고파이 상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크립토 바스켓은 바이낸스가 2023년 고파이 고객 상환을 위해 조성한 상환 재원이다. 고파이에 고객 자금이 묶인 것은 2022년 FTX 파산 여파로 고파이 운용사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지급불능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금 반환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바이낸스는 이를 포함한 투자 조건으로 고팍스 인수를 추진했다. 크립토 바스켓은 바이낸스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약 566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미리 매입해 둔 것이다. 당시 고팍스 대표였던 레온 싱 풍 전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오프라인 간담회에서 고객 상환을 위한 자산을 이미 매입해 보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바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바이낸스는 입장을 번복하고 상환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는 가상자산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전액 상환이 어렵다고 밝혀온 바이낸스 입장과도 충돌한다. 이미 해당 자산을 매입해둔 상황이라면, 가격 상승 여부와 무관하게 사용자에게 지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임원은 녹취록에서 “우리(바이낸스)가 돈을 넣을 수도 없고, 부채나 자본 형태로도 안 되니 새로운 투자자가 채무를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액 1479억 원으로 2배 이상 급증 바이낸스가 상환을 미루는 표면적 이유는 금융당국이 고팍스 대주주 변경 신고를 수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가 해외에서 자금세탁 혐의로 수천억 원대 벌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이를 명분 삼아 상환 이행을 사실상 유보하고 있고, 이 사이 투자자 피해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고팍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지급 피해 금액은 2023년 말 약 620억 원에서 2024년 말 1479억 원으로 급증했다. 고팍스 전 주주들은 당시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을 바이낸스가 책임지기로 합의하고, 보유 지분을 시세보다 크게 낮은 약 1000억 원에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초 고팍스의 기업가치가 3000억 원 후반대로 평가됐던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는 크게 절하된 수준이다. 2023년 2월 당시 고파이 채무액을 제외하면 전 주주들이 실제로 거래한 대금은 300억 원 안팎에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준행 전 고팍스 대표는 “2023년 2월 바이낸스가 고팍스로 하여금 고파이 전액 상환을 할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당시 고파이 채무액 전액을 주식으로 바이낸스에게 선지급했다”면서 “하지만 바이낸스는 대가를 받고도 어떠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바이낸스 관계자는 “고파이 전액 상환에 필요한 투자금 및 창업자·경영진에 대한 주식 대금 지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직 지급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준행 전 고팍스 대표는 고파이 피해자들의 채무 상환 문제보다 본인의 지분 보상 및 지급을 먼저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해왔다”고 주장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 대금도 미지급 바이낸스가 고팍스 전 주주들에게 주식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정황도 녹취록에서 확인됐다. 바이낸스 임원은 “새로운 투자자들의 조건은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금을 포기하거나 주식을 다시 가져가라는 요구다. 주식 대금은 바이낸스와 전 주주 간 계약 사항이지만, 이를 신규 투자자 조건을 이유로 무효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에 고팍스 전 주주는 “창펑자오 전 바이낸스 최고경영자가 주식 대금 지급을 유예하지 않으면 고팍스를 파산시키겠다고 협박해 결국 요구를 들어줬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기존 계약 자체를 무효로 만들자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요구가 과연 처음부터 법적으로 타당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바이낸스는 고팍스 인수 이후 고파이 상환 책임도, 기존 주주에 대한 주식 대금 지급도 이행하지 않은 채 새로운 투자자에게 고팍스 지분을 넘기려는 방식으로 사태에서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책임은 회피하면서 손실은 외부에 전가하고, 투자 유치는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낸스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고팍스는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고 부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기존 계약 조건에 대한 재협의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지분 인수 계약상 자유롭고 정상적인 경영 환경이 보장돼야 하지만, 현재는 대내외적 사유로 해당 권리를 원활히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창펑자오 전 바이낸스 최고경영자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바이낸스가 대주주로서 고팍스 경영보다 고파이 피해자들 복구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어 바이낸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고파이 부채의 약 25%를 선지급했고, 크립토 바스켓은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사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신규 투자자 유치와 자금 지원 등 고팍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4월 중순 이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팍스 측은 이 전 대표가 바이낸스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동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절차를 진행했으며, 2023년 고파이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조건으로 체결된 계약에도 부당한 조항이 포함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재명 파기환송심 '대선 이후'로 연기
사회사회일반 2025.05.07 17:41:08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6·3 대선 전에 피선거권 박탈로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헌법 정신에 따른 합당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7일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이달 15일 오후 2시에서 다음 달 18일 오전 10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공판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기일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대장동 재판 역시 다음 달 24일로 미뤄졌다. 이 후보에게 남은 사법 리스크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법원이 계속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뿐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재판 지속 여부는 불분명하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의 주도로 의결된 법안 가운데는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도 포함됐다. 사법부를 압박해온 민주당은 또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2명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
美中 출구 찾나…베선트·허리펑 10일 만난다
국제경제·마켓 2025.05.07 17:40:39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이번 주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공식 무역 대화에 나선다. 100%가 넘는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등 첨예한 공방을 벌인 후 양국이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재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6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이번 주 스위스에서 중국 측과 경제·무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도 7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달 9~12일 스위스에서 미국 대표단과 회담한다고 발표했다.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미국이 약 90개 국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관세 협상을 주도하는 ‘투톱’이며 허 부총리는 중국의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경제 실세’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토요일(10일)과 일요일 우리는 무엇에 대해 논의할지 합의할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대단한 무역 협상이 아니라 긴장 완화(de-escalation)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대중 관세 인하를 중국 측에 제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대화에 나서는 것은 보복과 맞보복으로 이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이 양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에 나섰고 특히 중국을 향해서는 지난달까지 상당수 수입품에 145%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125%의 추가 관세를 매겨 양국 간 무역은 사실상 단절됐다. 시장 충격은 컸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국채·달러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했고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년 만에 역성장(-0.3%)을 기록했다. 중국도 미국행 선박이 급감하고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제조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등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대화를 요구하는 유화적 제스처를 계속 내비쳤고 대화 사실을 부인해오던 중국도 최근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이 양국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는 “양국이 긴장을 완화하고 다시 관계를 맺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회담”이라고 짚었다. 미중 스위스 회담에서는 고율 관세 인하와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800달러 미만 소액 소포에 대한 관세정책 등 산적한 현안이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양국 간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이번 회담 자체는 탐색전 수준에 그치고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고개 숙인 최태원 "보안혁신위 만들것"
산업IT 2025.05.07 17:40:29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최 회장은 그룹 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에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진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해킹 사태로 불거진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7일 서울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사이버 침해 사고로 고객에 불안과 불편을 초래한 데 대해 그룹을 대표해서 사과한다”며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이 미흡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 회장은 “저를 비롯해 경영진 모두가 뼈아픈 반성을 하고 있다”며 “고객뿐 아니라 국회, 정부 기관 등 많은 곳에서의 질책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태를 SK텔레콤은 물론 그룹사 전반의 보안 체계를 검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보안 시스템 투자 확대와 정보보호혁신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최 회장은 "정보보호혁신위원회는 가능하면 내부 구성원과 더불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구성함으로써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해당 조직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설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계열사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의하는 일종의 태스크포스(TF)다. 그룹 계열사 간 실행 방안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어떤 계열사가 위원회를 주도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그룹 내에 SK텔레콤을 비롯해 SK C&C 등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가 많은데 관련 계열사를 총동원해 위원회 구성을 위한 절차가 마련되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최 회장은 ‘해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서는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유심보호서비스는 가입이 가능한 이용자 100%에 적용됐다고 SK텔레콤 측은 밝혔다. 하지만 해킹 사고가 확인된 지난 달 22일 이후 약 25만명의 SK텔레콤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로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순감 규모만 2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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