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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둥 토네이도

대형화재 현장의 토네이도 불기둥을 책상 위에서 재현한다.

필자는 매년 정원에 불을 지른다. 불장난이 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일종의 화전 농업처럼 정기적으로 잔디를 태우면 정원의 생태계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럴 때면 가끔씩 불붙은 잔디 속에서 불꽃 회오리바람이 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높이 10m 정도의 불기둥이 몇 초 동안 하늘로 솟구치는 것. 만일 정원이 더 넓다면 훨씬 큰 불기둥도 볼 수 있다.

토네이도는 하늘을 향해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구와 유사하다. 배수구로 들어가는 물은 원심력과 중력의 상호작용에 의해 회전하는데 고온의 공기 기둥이 차가운 공기를 뚫고 상승할 때도 소용돌이가 일면서 토네이도가 생성된다.

만일 이런 토네이도 속에 화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즉 대형 산불현장 같은 곳에서 토네이도가 생성되면 높이가 1.5㎞에 달하고 시속 320㎞로 회전하는 거대한 불기둥이 만들어진다.

지금껏 공식 기록된 실제 불기둥 토네이도의 관측사례는 단 한 번뿐이다. 2003년 호주 캔버라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에서였다. 피해지역의 사진을 재분석하고 난 2012년에서야 500채나 되는 주택을 잿더미로 만든 주범이 불기둥 토네이도였음을 파악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필자는 이 불기둥 토네이도를 책상 위에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준비물은 소형 USB 선풍기와 프로판가스를 사용하는 칠면조 튀김기 뿐이다. 선풍기 4개를 튀김기의 버너 주변에 부착하고 불꽃이 회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한 뒤 튀김기에 불을 붙이면 된다.

자연의 상승기류를 USB 선풍기로 흉내 낸 어설픈 실험이었지만 60㎝ 높이의 불기둥 회오리는 자연의 그것과 유사한 장관을 연출했다. 모닥불 주변에 사각형 박스 팬(box fan)을 설치하고 더 큰 불기둥을 만들어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참고로 물이 배수구로 나갈 때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 북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만 회전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대형 태풍과 달리 배수구의 물이나 불의 회오리는 크기가 너무 작아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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