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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원조 탈세 천국의 ‘불편한 진실’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 1만2,800원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땅 스위스. 죽음의 검은 돈을 세탁하고 재활용하는 요충지로 부상했다. 비리와 오염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스위스 연방의회에서 사회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정의한 현재 스위스의 모습이다. 감추고 싶었던 스위스의 불편한 진실을 공개한 뒤 그는 의원 면책 특권을 박탈당했고 스위스 주요 언론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살해 위협까지 받았으며 5개 나라에서 9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그런 고통을 감내하고 내놓은 책이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다.

저자는 원조 탈세 천국 스위스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더욱이 최근 뉴스타파가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 피난처에 국내 기업이나 유명인들이 탈세목적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사례들을 공개한 뒤 스위스의 폭로를 담은 내용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이나 부유층 245명이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물론 이는 1차 조사결과다. 더 많은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얘기다. 조세피난처 등에 숨겨진 한국인의 재산은 최대 870조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있다. 자료공개의 파장은 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자산을 찾는 작업에 탄력이 붙은 것이 대표적.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자금을 빼돌렸
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비자금을 추징하는 내용의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검찰도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조세 피난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는 조세 피난처에 대한 이해를 먼저 끝낸 뒤 읽는 것도 방법이다. 조세 피난처와 스위스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조세 피난처의 핵심은 낮은 세율과 비밀주의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물리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로 과세하고 이런 혜택을 받은 이들이 누구인지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 좀 더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바하마, 버뮤다, 케이맨 제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은 ‘조세 천국’(Tax Paradise)이다. 또 홍콩,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매우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피난처’(Tax Shelter)로 분류된다. 스위스는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과 함께 비과세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사업활동에 세금 상 특혜를 주는 ‘조세 휴양지’(Tax Resort) 쯤으로 나뉜다. 공통점은 철저하게 금융 비밀주의를 보장받고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세운 뒤 자금을 반출시켜 세금과 금융규제를 효율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스위스는 조세 휴양지다. 스위스를 지탱하는 것은 바로 비밀주의. 저자는 “은행의 비밀 보장은 스위스라는 나라의 최고 법이다. 취리히, 제네바, 바젤, 루가노 등지의 거대 민간 다국적 은행들이 알리바바 동굴 속에서 마약으로 벌어들인 돈은 자취를 감춘다. 이 돈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신분을 세탁한다. 이렇게 깨끗하게 세탁된 돈은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파리나 뉴욕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돈은 도쿄, 런던, 시카고 등지의 증권거래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뉴욕에 자리 잡은 신망 받는 기업들의 대차대조표에서 장기 대출금으로 잡힌다”고 자세하게 묘사한다. 실제로 스위스는 1934년에 은행 비밀주의를 법제화했다. 이 법제화된 최초의 조세 피난처는 왕성하게 성업을 이루며 스위스를 부유하게 만들어주었다. 유럽 한가운데 놓인 해적 떼 소굴로 얼마나 많은 검은 돈이 모였는지는 이 책의 초판이 쓰인 1989년의 통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세계 인구의 0.03%를 차지하는 스위스가 세계 2위 금융시장, 1위 금시장, 1위 재보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번성했다. 물론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다. 스위스 은행들은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거부들을 초청해 경마, 전시회, 골프대회 등 이벤트를 벌였고 거부들의 집을 수시로 방문하면서 복잡한 역외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왔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지도급 인사들의 계좌를 개설해주고 모든 일을 처리해주기도 했다.

스위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자들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마약 자금 세탁과 관련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스위스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객의 돈을 건네 받아 세탁해주는 은행 비밀주의는 고객을 보호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해 왔다. 저자는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사법 당국 때문에 스위스가 범죄조직 대부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범죄자의 천국이 되었다고 말한다.

스위스는 동시에 독재자들의 곳간 노릇도 자임했다. 전 세계의 독재자들이 국부를 빼돌려 부정하게 쌓은 재산을 스위스 은행이 은닉하고, 빼앗긴 국부를 되찾으려는 모든 시도에 비밀주의를 내세우며 독재자들의 재산을 지켜주었다. 스위스 소수집단이 소유한 천문학적인 부의 원천이 ▒ 선진 산업국가, 특히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탈세자본 ▒ 세계적인 범죄조직 카르텔이 벌어들인 수입을 세탁한 금융 상품 ▒제3세계 독재자들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성 자금으로 구성돼 있다고 분류하고 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에서는 마약 자금을 세탁하는 스위스 은행들의 실태를 보여주고, 2장은 전 세계 독재자들이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은닉하고 그것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막아내는 모습을 그린다. 3장에서는 정치인들을 배후 조종하고 은행의 비밀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을 적으로 몰아가는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부정한 정치가들이 빼돌린 국부는 해당 국가의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했던 권리를 빼앗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작업을 돕는 스위스 은행들 또한 범죄의 공모자이며 아이들의 굶주림, 사람들의 실직과 빈곤 등을 자양분으로 삼아 배를 불리는 셈이다.

먼저 출간된 니콜라스 색슨의 ‘보물섬’과 비교해서 읽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부제를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현대 금융자본사 100년 이면사’로 했다. 그러면서 역외 거래의 주요 무대인 조세 피난처의 성장과정을 ▒ 신탁 회사를 통한 다국적 기업 탈세전략의 시초였던 영국 베스티 형제 사례 ▒ 2차 세계 대전 당시 금융 비밀주의 국가로 급성장한 스위스 ▒ 역외 유로마켓의 탄생 ▒ 영국의 역외 네트워크 구축 ▒ 미국의 역외시장 진출 등의 순서로 짚었다. 현대 금융자본의 드러나지 않은 100년을 파헤친 것이다.

저자는 다국적기업들이 어떻게 세금을 회피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바나나를 예로 들어 이 점을 설명했다. 온두라스에서 바나나를 생산해 영국에 팔아 연간 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A기업은 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에 금융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후 온두라스의 바나나 생산 회사에 대출하고 연간 2,000만 달러의 이자를 부과한다. 그러면 온두라스의 바나나 회사는 이익을 전액 비용(이자 대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온두라스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 룩셈부르크의 금융 자회사가 거둔 소득은 매우 낮은 세율이 부과된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당연히 세금이 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득을 올리는 다국적 기업은 비용과 이익이 어느 나라에서 발생하는지 계산하는 일이 쉽지 않다. 여기에서 빈틈이 생긴다. 다국적 기업들은 회계장부상의 이익은 세율이 낮은 국가로, 비용은 세율이 높은 곳으로 돌려 세금을 빼돌리고 있는 것이다.


LEAN IN(린인)
셰릴 샌드버그 지음 /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1만4,000원

구글과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을 이뤄낸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셰릴 샌드버그가 TED강연에서 못다 풀어낸 ‘여성과 일,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여성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필요한 현실적인 해답은 무엇인지, 일과 사생활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또 임금 협상, 회의 자리, 멘토링, 이직과 승진 등 직장 여성들이 불리한 조건에 놓이기 쉬운 상황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유용한 팁도 수록했다.


적게 일하고도 많이 성취하는 사람의 비밀
로라 스택 지음 /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1만5,000원

논리적으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생산성을 제한하는 낡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업무량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생산성 업무흐름 공식은 여섯 단계로 세분화된다.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고, 결정한 일을 하기 위한 스케줄을 잡는다. 또 집중하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한다. 순환 고리를 채우고 마지막으로 본인의 역량을 관리하는 것이다.


저커버그처럼 생각하라
예카테리나 월터 지음 / 황숙혜 옮김 / 청림출판 / 1만5,000원

지구촌에 흩어진 10억명의 인구를 한 가닥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페이스북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SNS다. 페이스북 수장은 열아홉 살에 대학 기숙사에서 회사를 세워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워낸 마크 저커버그. 그의 비즈니스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그의 성장 과정과 페이스북의 역사는 물론 저커버그의 창업가정신, 혁신적 아이디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명감, 강력한 실행력 등을 고루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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