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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20選] 10. 유산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16분에게 20대 유산을 설문 조사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에는 3당 정책위 의장을 비롯해 장관과 양 노총 위원장, 학계와 연구계, 재계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설문은 이을 유산 10가지와 버릴 유산 10가지를 중요한 순서대로 적도록 구성됐다. 1위로 꼽힌 유산에는 10점, 2위는 9점, 3위는 8점, 10위는 1점 식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최종 합산 점수가 높은 유산을 각각 10가지씩 뽑았다. 이을 유산 1위는 77점을 받은 교육열이 차지했고 65점을 받은 상부상조가 2위였다. 근면성(54점), 경로·효친(46점), 가족사랑(37점), 새마을정신(36점), 불우이웃돕기(35점), 진취성(28점), 전통문화 계승(20점), 근검절약(18점) 순이었다. 버릴 유산 1위는 지역감정이 112점으로 압도적이었다. 패거리문화(84점)가 2위를 차지했고 부정부패(65점), 가족 이기주의(48점), 적당주의(38점), 정경유착(32점), 배금주의(29점), 남존여비(22점), 법 무시(20점), 관료주의(16점), 사대주의(12점)가 10위권에 들었다. 설문 조사에 응한 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버릴 유산을 꼽는 것은 쉬웠는데 이을 유산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만큼 우리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면서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었음에도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일 「IMF 2주년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 부총재는 『한국은 정말 놀라운 나라』라면서 우리의 경제성장 속도와 그 잠재력에 대해 경이를 나타냈다.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우리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최근 한 방송사가 「칭찬합시다」라는 프로를 만들어 우리의 좋은 면들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우리 자신의 지나치게 비판적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평가에서도 국내 기업인들은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고 응답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38위로 밀어놓았다. 그러나 심리적 요인이 아닌 객관적 수치만으로 평가하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3위로 15계단이나 껑충 뛰어오른다. 21세기는 우리에게 도전과 모험의 세기다. 우리가 이 도전을 발전의 기반으로 삼기 위해서는 부정적 유산을 하루 빨리 청산하는 것 못지 않게 우리의 강점을 인식하고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을 유산> ◇교육열=풍부하고 우수한 인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율은 교육열의 단적인 예이다. 과열된 교육열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불과 30~40년 전만해도 기아에 허덕이던 우리가 이같이 빨리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데에는 교육열이 큰 역할을 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 적응을 위해서도 우리의 높은 교육열은 필수적이다. 암기 위주의 획일적 교육제도를 상상력과 다각적인 교육제도로 바꾼다면 21세기는 우리에게 더 없는 기회의 100년이 될 것이다. ◇상부상조=관혼상제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은 우리의 좋은 풍속이다. 품앗이와 계로 이어지는 우리의 상부상조의 전통은 도시화가 진행되며 상당 부분 희석됐지만 여전히 이웃간의 정을 나누는 풍경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근면성=60~80년대 우리 경제발전에는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산업 역군들의 피와 땀이 베어 있다. 지금도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 회사를 위해 일하는 많은 경영자와 근로자들을 볼 수 있다. 21세기는 일하는데 있어서 일의 양이 아닌 질을 따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근면한 정신은 언제나 계승해야 할 덕목이다. ◇경로·효친=나이든 사람의 경험에 대한 존중과 부모·자식간 따뜻한 관계는 옛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시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며 경로 의식과 효친정신도 약화되고 있으나 우리의 내면에는 여전히 이 정신이 흐르고 있다. ◇가족사랑=외환위기에서도 사회 불안이 크지 않았던 데에는 가족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 가족은 사회의 최소 단위라는 범주를 벗어나 사랑을 나누고 인정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지난친 가족 이기주의는 버려야 할 유산으로 꼽히고 있으나 긍정적 가족사랑은 각박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새마을정신=「잘 살아보자」는 구호로 출발한 새마을정신은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며 우리에게 숙명으로 여겨졌던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아나게 한 새마을정신은 우리가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잇다는 강한 자신감을 부여했다. ◇불우이웃돕기=해마다 연말이면 주위의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방송사 불우이웃돕기 성금함에도 성원이 답지한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민간이 해내는 것이다. 최근 불우이웃돕기 온정이 식었다고는 하나 불우이웃돕기는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전통을 지닌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진취성=최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孫正義) 일본 소프트뱅크사장은 『한국의 인테넷시장은 놀랍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세계 인터넷 시장의 주요 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한국 인터넷 기업에 1억달러 가량을 투자할 뜻을 밝혔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한국이 이제는 인터넷을 무한한 성장성을 가진 사업으로 발전시킨데서 알 수 있듯 우리의 진취성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전통문화 계승=영화 「서편제」의 인기나 사물놀이의 세계화 등은 전통에 대한 우리의 강한 계승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우리 극장가의 우리 영화 점유율이 40%를 차지, 국산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한 프랑스의 자국 영화 시장점유율을 압도한 데서 알 수 있듯 전통에 대한 우리의 강한 긍지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은 21세기에도 중요한 자산이다. ◇근검절약=외환위기때 금모으기 운동이 보여줬던 근검절약 정신은 유교사상과 맞물려 우리 의식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한 마리의 소를 잡으면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모든 것을 활용하는 지혜나 쌀뜨물로 된장찌개 등을 끓이는 것 등은 근검절약 정신의 반영이할 할 만하다. 이밖에 청렴결백을 중시하는 청백리정신이나 선비정신,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창의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든 것을 바치려는 애국심,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기업가 정신, 압제에 굴하지 않는 민주화운동 등도 우리가 계승해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꼽혔다. <버릴 유산> ◇지역감정=「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호남에서는 국민회의, 충청에서는 자민련 깃발만 꼽으면 허수아비도 당선된다」라는 말이 나타내듯 우리의 지역감정은 고질적이고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왜곡시키는 원흉이다. 21세기 우리가 세계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감정이라는 유령을 물리쳐야 한다. 지역감정 척결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핵심 화두다. ◇패거리문화=지역감정과 궤를 같이 하는 패거리문화, 집단이기주의는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단순 흑백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21세기에도 채용과 승진 등의 사안이 능력보다는 동문 또는 일가, 지역이라는 요소로 결정된다면 우리의 성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부정부패=탈세와 뇌물 등 부정부패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도가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바이러스다. 부정부패는 국가 뿐아니라 기업, 나아가 개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못된 행태인 만큼 새로운 밀레니엄에는 「부패방지법 제정」 등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가족이기주의=「내 자신만 잘되면 된다」라는 식의 입시부정에서 보듯 법과 절차를 무시한 잘못된 사랑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행해지고 있다. 또 재벌들은 기업을 사유물화해 능력도 없는 후세에게 물려주려는 전근대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가족과 사회의 발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먼 안목이 필요하다. ◇적당주의=적당히, 빨리빨리 라는 행태가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부천 가스폭파 사고 등의 대형 재난을 유발했다. 일상생활에서는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로 사회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21세기 세계경제 체제에서는 의식과 행동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정경유착=대우나 기아그룹의 침몰 등은 정경유착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가 경제논리로 움직이지 못하고 정치논리에 좌우될 때 우리 앞날은 암울할 수 밖에 없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혁입법이 연기되거나 무산되거나 외환 위기 이후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공기업화해 정경유착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야 한다. ◇배금주의=경제발전의 병폐의 하나로 돈을 숭상하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는 식의 배금주의가 소중한 문화유산이나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을 갉아먹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돈이 마치 신과 같은 권위를 갖는다면 그 사회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남존여비=초등학교 교실의 극심한 성비 불균형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남존여비 사상은 앞으로 우리에게 큰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잠재력을 충실히 발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가 21세기를 주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의 잠재력을 턱없이 제한하는 남존여비 사상은 하루 속히 척결해야 할 과제다. ◇법 무시=우리 사회는 법이나 질서 등 사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법과 질서는 사회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도구인데 이를 무시한다면 무질서와 혼란이 발생한다.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해진 규칙을 마음대로 저버리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관료주의=우리 사회에서 관료들은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갖고 민간의 창의력을 질식시키고 있다. 과감한 권한 이양을 통해 민간이 잠재력을 충실히 발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가나다순>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곽병선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김효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회장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 박호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박훤구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송자 명지대 총장 이상룡 노동부 장관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임채정 국민회의 정책위 의장 정경배 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정창화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차수명 자민련 정책위 의장 정재홍기자JJ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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