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일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1,960선 위에 올라서며 5월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2,000을 뚫고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기준금리 동결과 부진한 기업실적이 증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5월에도 코스피지수는 1,900선과 2,000선을 오가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61포인트(1.11%) 상승한 1,962.23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96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달 4일(1,959.45포인트) 이후 19거래일 만이다.
기관의 순매수세가 지수상승을 견인했다. 보험(1,369억원)과 투신(1,041억원)을 주도로 국가지자체(304억원)ㆍ은행(209억원) 등 기관이 3,50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위로 밀어 올렸다. 외국인이 사흘 만에 순매수세로 전환하며 262억원어치를 사들인 것도 지수상승에 보탬이 됐다. 개인은 3,577억원을 내다팔았다.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세에 삼성전자가 2.63% 오르며 152만원으로 장을 마쳤고 현대차도 1.27% 오르는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한국전력(-2.31%)과 신한지주(-0.39%)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 마감했다.
증시가 기분 좋게 오르며 4월을 마무리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5월 코스피지수가 2,000선 고지를 뚫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주요 증권사들이 예측한 5월 코스피지수는 1,850~2,050선 수준이었다. 신한금융투자가 상단을 2,050선으로 높여 잡았고 하나대투증권이 2,040, 대우증권이 상단을 2,020선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1,900~2,000선을 밴드로 정했고 현대증권은 하단을 더 낮춰 1,850~2,000선 안에서 코스피지수가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다.
보수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미국경기의 회복지연이 있다. 지난주 미국이 발표한 1ㆍ4분기 경제성장률(GDP)은 2.5% 상승에 그치며 시장예상치(3.2%)에 미치지 못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대형주가 반짝 상승한 것은 상장지수펀드(ETF)가 단기차익을 얻기 위한 지수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대형주 위주로 코스피지수가 강세로 전환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코스피가 2,000선을 강하게 뚫기 위해서는 '미국경기회복→수출증가→기업실적 회복'이라는 사이클이 확인될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경기도 부진하지만 중국경기가 살아나도 전체 지수상승이 아닌 소비와 관련된 종목별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코스피지수의 강한 반등과는 거리가 있다"며 "다만 일본증시가 상승피로감에 조정의 조짐을 보이는 점은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로 유입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6개월째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하고 있는 점도 지수상승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각국의 저금리 정책 영향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돼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다면 관련 자금들이 증시로 유입돼 지수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이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도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윤치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은 지난 3년간 증권사들의 추정 실적에 비해 20% 디스카운트 된 실적을 내놨다"며 "117조원 규모로 예상한 기업이익이 현재 계속 하향조정되고 있는 상태라 기업실적에 대한 검증기간을 거친 후에야 저점을 확인하고 증시가 위쪽을 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결국 5월 증시는 강한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미국경기지표의 회복, 일본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인 리턴, 기준금리 인하 등의 여부에 영향을 받으며 1,900선과 2,000선 사이를 오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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