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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까지 영국은 매년 5,000명이 병원내 재감염 문제로 사망하면서 많은 사회적 손실을 겪고 있었다. 이에 영국 디자인카운슬과 보건부는 '디자인 세균 퇴치(Design Bugs Out)' 사업을 통해 6개 디자인 제품을 개발,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병실 내에서 쓰이던 커튼에 작은 부착식 손잡이를 달아 사람들이 천을 잡지 않고도 커튼을 조작하게 유도함으로써 커튼을 만지는 손에 의한 세균 감염을 방지하는데 성공했다. 너무나 사소해서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였지만 커튼 손잡이 하나로도 세균 감염 환자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지털융합팀장은 "의료서비스디자인은 의료산업을 수요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 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개념"이라며 "의료분야에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 심지어 디자인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의도적으로 적용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비스 공급자간의 치열한 경쟁, 각종 규제 등에 힘입어 의료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의료계에도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디자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의료서비스는 고객인 환자, 환자 가족들은 감정적이나 신체적으로 취약한 상태란 점에서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도 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강조되는 분야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4개 산업에 대해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병원서비스는 77점을 획득, 호텔업(79점)에 이어 두번째로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산업으로 꼽혔다. 드러난 수치상으로는 분명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인 셈이다.
하지만 상당수 의료계 및 디자인업계 전문가들은 병원서비스의 특성이 심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여전히 의료인의 권위가 불균형하게 높게 형성돼 있어 아직도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로서의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또 지금과 같이 의료기술의 발달과 공급인프라의 팽창으로 인해 병원간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디자인이 무엇보다 의료복지서비스의 혁신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소장은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의사들은 누구보다 서비스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며 "현실 여건상 의료진과 스태프들은 조여진 시스템 속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어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혁신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높아지는 의료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실제 도입까지 시급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사건 발생 맵핑서비스 ▦이동성이 강화된 병원 침대 청소도구 ▦응급처치법 알려주는 티셔츠 ▦만화캐릭터 입모양이 그려진 어린이 수술용 마스크 ▦의약품 자판기 등 이미 해외에서는 무수히 많은 의료서비스디자인 제품들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융합서비스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시대에 디자인을 통한 의료서비스 개선을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는 것.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부및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계가 더 이상 비용증가적 의료기술의 도입과 외형의 확대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특히 과거에 비해 의료서비스는 그 어느 때보다 비인격화돼 있어 다른 분야의 훌륭한 서비스 응대기술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는 이미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의료서비스 혁신 움직임이 빠르게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다만 앞으로 국내 의료서비스에도 서비스디자인 개념이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의료계 관계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부터 빠르게 진전돼야 한다고 보고 있왔다. 배 교수는 "혁신적인 새로운 시도보다는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 전반적인 의료경영체계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우호적이기 보다는 낯설고 두렵다는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과거 병원경영기법이 처음 들어왔을 때에도 거의 대부분의 병원들이 제대로 이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현재 대형병원들 중에서 이를 도입하지 않는 병원은 없다는 점을 의료계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팀장은 "디자이너가 병원의 문제를 진단해 치료한다고 하면, 평생을 의료서비스라는 고도화된 전문성의 성역에서 살아온 병원 관계자 관점에서는 주제넘은 주장이라 느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디자이너는 인간 중심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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