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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진의 할리우드 21] <35> 日서 논란 '배틀 로열' 美개봉
입력2001-02-26 00:00:00
수정
2001.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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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진의 할리우드 21]日서 논란 '배틀 로열' 美개봉
극심한 유혈폭력과 잔혹성 때문에 일본서 큰 사회문제가 된 후카사쿠 킨지감독(70)의 틴에이져 액션영화 '배틀 로열'(Battle Royale)을 얼마 전 봤다.
큰 싸움이라는 뜻의 '배틀 로열'은 21세기초 혼란속 일본의 교사 등 어른들이 무작위로 축출한 42명의 9학년생들을 외딴 섬에 풀어 놓은 뒤 서로 살륙전을 벌이게 하는 내용.
일종의 생존게임으로 남녀학생들은 총, 칼, 수류탄, 낫, 자귀, 도끼 및 독극물등을 사용해 평소 알고 지내던 동급생들을 처참하게 살해한다. 어른들은 말 안듣는 아이들에게 본보기용으로 이런 살륙판을 만든 것이다.
영화상영후 관객과의 대담에서 후카사쿠감독은 자기 영화의 폭력성은 어릴 때 경험에서 유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2차대전때 소년 시절 탄약공장에서 일하면서 폭격이 있을 때면 자신이 나중에 묻어주곤 했던 시체로 자기 몸을 보호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폭력적 경험이 이후 자기 영화의 영감으로 작용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또 '배틀 로열'은 요즘 일본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어른대 청소년의 의사불통문제를 묘사했다고 덧붙였다.
후카사쿠는 액션과 폭력에 집착하면서 사회비판의 수단으로 사나운 야쿠자 영화를 많이 만든 베테랑. '배틀 로열'은 그의 60번째 작품이다. '배틀 로열'은 유혈과 폭력이 도가 지나쳐 블랙코미디 같기도 한데 얄궂은 재미는 있으나 이야기나 인물개발은 미흡하다.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 일본서 개봉되자 10대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빅 히트를 했다.
최근 LA타임스는 도쿄발로 영화의 폭력성 때문에 일본의 학부모와 의원 및 관료들이 일제히 영화를 공격하고 나서면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일본에서 끔찍한 청소년 범죄가 빈발하면서 영화의 폭력성이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 문부성은 극장주들에게 영화의 상영을 중지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어 후카사쿠는 이 영화 한편으로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이에 대한 통제 및 영화 등급제 그리고 일본의 전통적 가치에 대한 전국적인 논쟁의 불씨를 당겨 놓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카사쿠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냥 즐기면 될 영화를 놓고 왜 난리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면서 "여하튼 영화에 대한 논쟁이 공짜 선전이 되어 장사만 잘 되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또 누군가 내 영화를 본 뒤 모방범죄를 저질러도 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영화 속 폭력은 정화력이 될 수 있으며 또 현대사회를 점증하는 공격성을 상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말처럼 지금 일본사회는 거품경제가 터지면서 늘어난 실업자와 지리멸렬하는 회사들 및 높은 이혼율과 파괴된 가정 그리고 경찰과 교사들의 스캔들 등으로 한때 모범적이던 제도와 관습이 붕괴,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토호대 병원의 한 심리과의의 말을 빌어 일본사회는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어른들의 사회가 공격적이 되면서 소외감을 느낀 청소년들도 이 공격성을 따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허무하고 염세적인 '배틀 로열'은 이런 일본의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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