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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길을 묻다' 좌담] 실리콘밸리처럼 창업→취업→창업 자유롭게 만들어야

장건혁(왼쪽부터) 제이에이치네트워크 대표, 공성호 에버플러스 대표, 이유진 베이스디 대표, 송훈 퍼플즈 대표, 김용진 아지스토리 대표가 22일 서울 미근동 서울경제신문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창업의 길을 묻다’ 좌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호기자

●이것 때문에 힘들어요
대기업 선호에 인재 채용 어려워
기술력 지녀도 유통 인프라 부족
편견 찬 시선때문에 맘고생 심해

●현장에 필요한 것은
실패해도 재기 가능한 여건 조성
창업교육 확대·실질화해야 도움
대기업 문어발 확장 자제 필요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도전하되 리스크 염두해두고
제품에 기업가 정신 심어야
창업 전 다양한 사람 만나라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창업 활성화'을 꼽았다. 창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취업이 아닌 창업을 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창업을 '무모한 도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인 편견과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불안감이 발목을 잡는다. 창업 이후에 경험한 열악한 인프라는 큰 꿈을 품고 시작한 도전을 후회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창업에 뛰어든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울경제신문은 22일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한 젊은 창업기업 대표들을 초청, 애로사항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어봤다. 좌담회에는 장건혁 제이에이치네트워크 대표, 공성호 에버플러스 대표, 이유진 베이스디 대표, 송훈 퍼플즈 대표, 김용진 아지스토리 대표가 참가했다.

=창업을 시작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성공확률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무엇인가.

▲장 대표= IT분야는 제조업과 달리 원가가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다. 들어가는 돈은 인건비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인재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구인공고를 두 달 동안 걸어놔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스타트업에 도전하지 않고 대기업에 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친한 사람들을 통해 인간적으로 부탁을 해야 겨우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 좋은 인재들이 창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공 대표= 자금도 중요하지만 내 회사가 업력을 쌓은 것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B2B사업을 하다 보니 가능성 이외에도 우리 회사가 여태까지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존에 만들었던 것, 만들고 있는 것, 앞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데 초기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다. 차근차근 회사를 키워나가고 싶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할 것인가, 아니면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할지 기로에 서게 된다.

▲이 대표= 우리회사는 사업을 하는 노하우가 가장 필요하다. 1년 동안 몸으로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아직도 끝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상보다 3~4배의 시간이 든다. 하루빨리 노하우들이 빨리 쌓여야 할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경험이 없어 사람말만 믿고 구두로 계약을 했다가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은 경우도 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때도 있다. 이런 부족함 때문에 자금과 시간을 소비하는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송 대표= 사회적 편견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내가 나이가 젊은 대표이다 보니 다른 업체들과 거래를 하는데도 어려움이 크다. 창업을 한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인식 때문에 교제 중인 상대방 부모님이 반대를 하는 경우도 봤다. 사회적으로 창업가들에게 응원을 해주면 상당히 힘이 될 것 같다. 응원이 아니어도 말없이 지켜봐 주기만해도 상당히 좋을 텐데 주변에서 취직 안하고 뭐하냐, 잘하고 있냐 등의 말들이 힘들게 한다.

▲김 대표= 시작할 때는 자금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유통인프라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를 해야 하는데 유통라인이 없다 보니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팔 수가 없다. 유통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유통업체들의 마진이 너무 세다. 제조원가 5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유통단계를 거치다 보면 소비자가격이 20만원이 된다. 우리 물건을 우리가 힘들게 개발해서 팔아도 돈은 유통업체들이 더 많이 가져간다. 유통구조의 막강한 힘 때문이다. 기술력 좋은 제조업체들 유통망 없어서 망한 경우도 많이 봤다.

=창업 활성화가 이뤄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느끼는가.



▲김 대표= 한번 실패했을 때 재기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은 미흡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처럼 단계적 투자나 엔젤투자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 창업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특히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지원금이나 퀄리티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결국을 창업을 할 때 지원금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내 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나도 중소기업청과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대출을 받고 있지만 만약 사업이 풀리지 않아 지금 망한다면 10년 뒤에도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공 대표= 최근 깜짝 놀란 사실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이익창출을 위해서 손대는 사업의 범위가 너무나 확장됐다는 것이다. 당연히 작은 기업이 해야 할 일들을 큰 기업이 뛰어들 예정이란 소식을 접했다. M&A시장은 활성화되지 않고 대기업이 나서서 그 사업을 직접 한다는 것이 문제다. 자라나는 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그들이 갖고 있던 노하우나 경험치를 M&A를 통해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대ㆍ중ㆍ소기업들 모두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지금처럼 직접 시장에 들어와 버리면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작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들다.

▲이 대표= 창업을 희망하거나 이미 한 사람들이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제게 가끔 대학생들이 메일을 보내온다. 창업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처음에는 창업붐이 일어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후에 그만큼 창업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교에서부터 직업관이나 창업에 대한 노하우, 기업들의 정보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 기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재가 없고 인재들은 꿈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끊임없이 교육이 진행되고 네트워킹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에 인턴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직업교육, 창업 교육이 대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중학교로 점차 내려가야 한다.

▲송 대표= 창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냉정한 정글에서 인정이나 도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공평하게 바라보고 공정하게 심판하는 것이다. 대기업에게 무조건 기술을 베끼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특허 등의 권리를 정확하고 공평하게 판단해주면 된다. 대기업이라 특혜를 받고 작은 기업이라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 국가에서 창업가들에게 벽이 아닌 투명한 유리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장 대표=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에만 몰리는 것이 문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또래들은 20대에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못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젊은 시절에 도전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실리콘밸리의 노동시장은 이직이 자유롭다.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펼치고 경쟁을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케이스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내가 만난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학생들은 30년 앞을 보지 않는다. 3~4년 단위로 인생을 계획한다. 앞으로 3년을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뒤 다시 학교에서 공부를 더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 이후 구글에 들어가기도 하다. 구글에 다니다 창업하는 케이스도 많다. 도전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더라도 능력만 있다면 이직이 쉽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이 회사에 뼈를 묻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선택, 내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실제 구글만 네번째 입사한 사람도 봤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김 대표= 대기업 취업에만 목 매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젊을 때 모래바닥을 기면서 고생하는 것도 다 경험이 되고 밑바탕이 된다. 창업을 안 좋은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도전해봤으면 한다.

▲송 대표= 도전은 하되 계산된 리스크를 짊어졌으면 좋겠다. 창업이라고 해서 결코 무모해서는 안 된다. 도전도 과정이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출발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내게도 부족한 부분이지만 너무 무모하거나 욕심을 내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 대표= 한 아이템에만 너무 꽂혀서 사업해서는 안 된다. 그 하나가 좌절되더라도 수정ㆍ보완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기업가정신이라고 배웠다. 하나의 제품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걸 만들어서 더 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창업을 하며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공 대표= 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30대 중반에 사업 실패를 경험하며 큰 좌절을 맛보았지만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구제를 받았다. 기회는 반드시 또 주어진다.

▲장 대표= 창업을 하기 전부터 여러 사람을 만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특히나 젊은 창업자들의 경우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본인이 아무리 기획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세일즈나 마케팅부분에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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