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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절약 강조하면서… 발전업계가 관리소홀로 전력난 부채질

■ 고리원전 3호기도 고장… 전력예비율 추락<br>원전 한달새 3기 고장, 신뢰성 떨어지고 전력수급도 악화 불가피<br>화력발전도 잇단 사고, 전기수요 문제라던 전력 당국서도 '난감'

홍석우(왼쪽 두번째) 장관은 14일 가동이 중단된 고리 원전을 긴급 방문해"원전설비와 운영실태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홍 장관이 앞서 안산시 산업기술대에서 열린 '행복산업단지 만들기 QWL밸리 간담회'에 참석해 애로사항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식경제부


전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린 9ㆍ15 정전 사태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전업계가 연말 들어 잇단 악재로 도리어 전력난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올 겨울 사상 최악의 전력수급난을 예상하며 기업체와 시민에게 강도 높은 전기절약을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발전업계가 관리소홀로 전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다. 14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원자력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켜 가동이 중단된 경우는 모두 7건에 달했다. 단순히 연간 원전기 고장 건수로 보면 올해 특별히 증가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2~3년간 전력 수급이 쪼들릴 가능성이 높아 석탄에 이어 2위 발전원인 원자력발전의 공급 안정성이 이전보다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전력의 31%를 차지하는 원전의 잦은 고장은 원전에 대한 신뢰성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전의 경우 보통 1기당 발전용량이 100만kW 안팎에 달하는 대용량이라는 점에서 한 기만 고장 나도 요즘처럼 전력공급이 빠듯한 시기에는 전체 수급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오전 원전 2기가 연거푸 멈추면서 전력예비율이 8%대로 곤두박질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겨울철 전력난을 앞두고 최근 한 달 동안 울진 원전 6호기와 1호기, 고리원전 3호기 등 3기가 잇따라 고장으로 멈춰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울진 원전 6호기는 지난달 원자로 냉각재 펌프를 구성하는 과전류보호계전기 교체작업 중 오작동으로 가동이 중단된 뒤 3일 만에 발전이 재개됐다. 또 지난달 울진 4호기는 증기발생기 세관 균열로 당초 10월로 끝날 예정이었던 정기점검이 내년 3월로 늦춰지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고리 3ㆍ4호기의 경우 억대 금품을 받고 중고부품을 새 것으로 속여 납품 받은 일이 밝혀져 발전소 간부가 구속되고 해당 업체 대표가 수배되는 등 원전업계를 둘러싸고 고장과 납품 비리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원자력업계뿐 아니라 한국전력과 화력발전소도 이달 들어 사고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한전이 관리하는 울산 용연변전소의 고장으로 울산석유화학공단 내에 전기가 끊겨 SK에너지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현재 정부합동조사반이 사고 원인과 피해보상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8일에는 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울산화력발전소의 5호기(40만kW)가 동절기를 맞아 전력생산에 들어간 지 4시간 만에 터빈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울산화력 5호기는 현재 수리 중으로 이달 말이나 돼야 재가동이 가능하다. 특히 지경부는 올 겨울철 최대전력수요가 7,358만kW까지 치솟으며 다음달 중순께 전력예비율이 최악의 경우 1%를 밑돌 수도 있다고 전망하며 사실상 '전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5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6.5%나 인상하고 기업의 경우 당장 15일부터 지난해보다 전기사용을 의무적으로 10% 감축해야 한다. 이처럼 당초 정부와 발전업계는 전기 수요를 잡아 올 겨울철을 넘겠다는 생각이었으나 정작 공급선에서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13일에는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6개사 사장들이 동절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결의대회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결의대회를 마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원전 2기가 연거푸 고장을 일으켜 발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는 지경에 빠졌다. 국내 발전회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사실상 전력 비상 상황이라는 점에서 평상시보다 발전소 운영에 훨씬 조심해야 하는데 사고가 잇따라 터져 난감하다"며 "자칫 이번 사고가 원전의 신뢰성 저하와 겨울 전력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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