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의 해결은 남북 협력과 교류 확대란 세찬 물줄기가 넘어야 할 거대한 둑과 다름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협력의 안전판 구실을 할 것임은 물론, 향후 북한이 국제사회로 발걸음을 내딛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정부가 그동안 6자회담 공동문건 틀을 ‘한 지붕 밑에 두 개의 기둥’이라고 표현해 온 것에도 이 같은 상황인식이 깔려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붕’ 아래 북핵 폐기라는 기둥과 다른 참가국들의 관계 정상화, 안전보장, 경제협력이라는 기둥이 기본 틀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북한이 미국 등의 상응 조치가 들어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핵 폐기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 온 것에도 비핵화를 구실로 남북 협력 및 교류를 확대함은 물론 국제사회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정부의 이른바 ‘중대제안’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가 순풍을 탈지 역풍에 부딪힐 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심이 초점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6자회담의 결과로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이마저 거부하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북-미 간 갈등은 위험 수위로 치닫게 되고, 최근 활발해진 남북 교류도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북측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회담에 앞서 지난 25일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회담이 ‘최후의 결판장’이 될 것”이라며 이번 회담의 중차대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6자회담은 우리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중대제안+a’를 요구하고 있는 것. a란 다름 아닌 ‘경수로의 완공’이다. 우리 정부는 경수로 완공 요구가 북한이 계속 주장해 온 ‘핵 주권’ 선상에 있다고 본다. 핵무기 폐기 용의는 있으나 핵에너지의 개발ㆍ이용 권리는 당연히 보장받겠다는 것. 또 협상에서 우선적인 체제 보장과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려는 외교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 송전 및 건설비용은 약 2조5000억원, 경수로 완공 비용은 약 24억달러로 북측 요구를 들어 줄 경우 5조원 정도 필요하다. 여기에 대북 송전은 북한이 ‘에너지 주권’을 남한에 넘겨주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북한 정권 내에서 나왔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정부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키 어렵다는 데 있다. 부시 행정부는 경수로를 클린턴 행정부의 실패한 북핵 해법으로 낙인찍었다. 부시 행정부내 매파들이 경수로 문제를 빌미로 다시 강공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6자회담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정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경수로 건설 중단’이란 중대제안의 명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수로 건설 비용으로 전력 송전 비용을 마련한다는 계획에도 부담이 생긴다. 더욱더 큰 문제는 북한이 ‘경수로 완공’이란 추가 지원을 고집, 협상이 결렬될 경우 남북 경협을 지속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당장에 개성공단 사업과 백두산ㆍ개성 관광 등 현재 탄력을 받고 있는 중대 사업들이 용도페기될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도 북한이 최근 보이고 있는 전향적인 자세에서 한 가닥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북한은 회담 5일째인 지난달 30일 미국 대표단을 베이징 시내 모 북한음식점에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다. 회담장 밖에서의 북미간의 이같은 접촉은 양측의 회담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대표단이 초청에 응한 것 자체도 외교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그 장소 또한 베이징의 북한 음식점이었다는 점도 충분히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양측이 이 자리에서 무엇을 논했는 지는 확인돼지 않았지만 주말이던 지난달 30일은 세 번째 수석대표회의가 열렸으며 공동문건 초안이 작성돼 회람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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