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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정보보호 정책이 성장 가로막아

■ 한인 구글 엔지니어, 국내 웹 생태계를 말하다<br>한국어 콘텐츠 비중 0.3%… 베트남어보다 낮은 수준<br>검색-해킹 동일시해 문제… 미국은 개방성 고려해 설계<br>인공위성 정보까지 오픈… '나눌수록 커진다' 공유를

석인혁(왼쪽부터), 최성철, 이동휘, 백창현 엔지니어 등 젊은 한국인 구글러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 앞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우승호기자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 (Web is dying in Korea)"

2년 전 구글 내부 보고서 제목이다. 구글 엔지니어들이 한국의 디지털 웹 생태계를 분석한 후 내린 결론이었다. 웹 생태계에 좋은 정보가 많이 만들어지고 잘 흘러야 하는데 꽉 막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튼 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서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인 구글러(구글 직원) 4명과 그들의 생활과 웹 생태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날 만난 이동휘ㆍ석인혁ㆍ백창현ㆍ최성철 등 젊은 구글러들은 구글의 핵심 업무인 검색파트에서 품질과 인프라스트럭처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다. 구글에 입사한 지는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 됐다. 이중 이동휘ㆍ백창현 엔지니어는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웹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동휘 엔지니어는 "구글에 와서 인덱싱(색인작업)을 통계적으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인터넷에 한국어 콘텐츠 비중은 0.3%에 불과하다"며 "베트남어나 헝가리어보다 낮은 24위 수준"이라고 전했다. 영어 콘텐츠는 55%로 소비자가 충분해 생산도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갔지만, 한국어는 정보의 양적ㆍ질적 측면 모두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웹 생태계가 누구 하나의 노력이나 잘못으로 좋아지거나 나빠지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석인혁 엔지니어는 "미국 오바마 정부는 '오픈 거버먼트 플랜(열린 정부 계획)'에 따라 초기 컨셉트부터 개방성을 고려해 설계한다"며 "모든 부처에 최고데이터책임자(CDOㆍChief Date Officer)를 두고 각 부서별로 정보를 국민들에게 개방하고 공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인공위성ㆍ우주정보ㆍ지리정보 등을 누구나 가져다 연구하거나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MIT 등 미국 대학들도 강의를 개방했고, 사용자들은 정보 공개와 이용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나눌수록 커진다'는 지식의 법칙에 충실한 셈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웹 에이전시는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을 들어, 사이트 운영자는 내용을 몰라서, 포털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정보의 흐름을 막고있으며 사용자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이 엔지니어의 분석이다.



'검색'과 '해킹'을 동일시하는 오해도 정보의 흐름을 막는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백창현 엔지니어는 "검색 로봇은 누구에게나 공개한 정보만 접근하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방화벽을 뚫고 들어가는) 해킹과는 다르다"며 "개인 정보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오픈해 놓고 검색만 막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철책에 구멍이 숭숭 뚫려 간첩이 들어오는데도 큰 길만 막는 것과 같다"고 최성철 엔지니어가 비유했다.

이들은 한국인 웹 전문가로서 내놓은 의견이 구글 직원이라는 이유로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검색시장에서 한국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불과하고, 구글이 한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낮다는 점 등을 감안해 회사가 아닌 개인 의견으로 봐 달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한국의 웹 생태계가 언젠가는 활성화될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금속활자와 한글, 한류 등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한국인의 저력이 정보를 공유하려는 노력으로 연결되면 빠른 시간 내에 웹 생태계가 튼튼해 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선 쓴소리를 쏟아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드웨어적 마인드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제조업이 발달하다 보니까 소프트웨어 개발도 다 같은 노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사람이 열 명 역할을 해도 똑같이 취급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엔지니어는 "한국에선 엔지니어를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보고, 어떤 틀 안에 맞춰서 쥐어짜면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선 얼마나 오랜 시간 앉아 있었냐로 평가하지만 여기선 무슨 일을 했느냐로 평가하기 때문에 일하는 건 자유롭지만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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