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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파업에 근로시간 단축까지…연 50만대 생산차질 우려

[심층진단] 위기의 자동차산업<br>근로기준법 개정안 9월국회 통과 확실시<br>주문량 많을 때 근로시간 탄력운영 큰 타격<br>연장·휴일근무 50% 임금 할증률 낮춰<br>초과근로 선호 노조 기득권부터 막아야

평택·당진항의 국제자동차부두에서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 5위까지 성장했지만 강성노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시간단축법까지 통과될 경우 경쟁력이 급속히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DB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귀족노조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결국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가운데 9월 정기국회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돼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는 이른바 근로시간단축법을 9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뜻을 모은 상태다. 이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신규 채용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에서 나온 개정안이다.

그러나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자동차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 이후의 생산환경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총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으로 주중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무려 50만대나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액으로 치면 10조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2011년 기준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465만7,000대였음을 감안하면 국내 생산이 10.8%나 감소하는 것으로 내수판매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지장이 생길 것으로 경총과 협회는 우려하고 있다.

최대 근로시간을 제한할 경우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이유는 이 업종이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주당 근로시간은 51.7시간으로 제조업 평균(47.3시간)보다 4시간 이상 길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 도입으로 평일 평균 8.5시간, 주중 5일간 42.5시간 근무한다. 여기에 휴일 특근 8.5시간을 더하면 주당 최대 51시간을 평균 근무하는 셈인데 노조가 연례행사처럼 벌이는 특근ㆍ잔업거부와 파업 등을 감안하면 때로는 주당 52시간 이상 근무해야 생산량을 맞출 수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 수준일 뿐 주문량이 많을 때는 60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법안은 업계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 법안에 따라 본격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글로벌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아니라 중소 부품 협력사들”이라면서 “가뜩이나 구인난이 심각한데 언제 사람을 채용해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지켜가며 납품 물량을 맞추겠냐”고 혀를 찼다.

여당은 기본 근로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하되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8시간 추가 근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종과 사유가 제한적이어서 산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 최근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자동차 부품업체 휴일근로 제한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휴일근로 제한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생산량 역시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휴일근로 제한의 급격한 도입은 ‘생산량 감소→임금 감소→이직율 증가’의 악순환을 야기해 차 부품업체를 존폐의 기로에 서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이 한국 산업계의 오랜 병폐인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이에 따른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법안 시행에 앞서 현행 50%인 연장ㆍ휴일근무 임금 할증률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는 시급 할증률이 높아 근로자들이 오히려 잔업과 특근을 선호하게 됐고 어느새 연장ㆍ휴일 근무가 노조의 기득권으로 편입됐다는 것이다. 말로는 장시간 근로를 해결하자고 하지만 어떤 노조든 신규채용으로 이를 해결하자고 하면 반대한다.

실제로 초과근로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지급하도록 규정한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일본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25%)의 2배에 달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적정 초과근로 할증률로 25%를 권고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할증률 때문에 근로자들이 초과근로를 선호하는 것도 장시간 근로 관행이 만연한 한 원인”이라며 “근로시간을 강제로 줄이는 법 시행보다 초과근로 할증률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앞으로 통상임금에 상여금과 수당 등을 포함시키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연장ㆍ휴일근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므로 할증률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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