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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76.남북한 출판교류

인간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듯이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시대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기 전부터 세계 각국은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분쟁을 줄이고 공동번영의 길을 찾고 있다. 분단된 한반도도 통일의 최대 걸림돌은 이념과 체제지만 이를 극복할 수 없을 때는 교류와 협력이라는 차선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교류와 협력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적정선의 상호주의가 기본이 될 때 비로소 제 가치를 지니는 법이다. 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한간에는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일방적이긴 했지만 남한에서 식량이며 비료, 의류, 의약품 등이 무상으로 북한에 지원됐고 금강산 관광도 이루어졌다. 남북한 정상회담이 임박해 오던 2000년 5월 중국 북경국제도서전을 참관한 나는 출판분야에서도 남북간에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중국 출판인들에게 북한 출판인들에 대한 소식을 부탁하고 귀국했다. 북경도서전이 끝날 무렵 중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북한 도서수출입공사 직원들이 심양에 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북경에 머물고 있던 출협 사무국장에게 심양으로 가서 북한과의 출판 교류 문제를 논의해 보라고 했다. 며칠 후 귀국한 사무국장은 그들이 그림을 팔려고 하는데 그림을 사 주면 일이 잘 풀릴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사무국장에게 돈을 건네 주었고 그는 심양으로 다시 가서 동양화, 유화, 수예작품 등 상당한 양을 구입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이 북한 당국의 허락을 받아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전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로부터는 두 번 다시 연락은커녕 소식도 없었다. 6월 중순이 되어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6.15 남북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남북한이 화해와 교류, 협력을 통해 공존하면서 평화통일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 해 9월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관광계와 학계, 문화 예술계, 경제계 등 각계의 주요인사 100명을 선정하고 수행원 10명을 포함한 110명의 백두산 관광 대표단을 구성했는데 나도 출협 회장으로서 출판계를 대표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9월22일 김포공항을 출발한지 1시간 만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를 마중한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지시를 받았다는 김영성(현재 남북교류협력위 북한측 대표)이었다. 그는 우리가 북한에 머무는 6박7일 동안 백두산, 묘향산, 평양 관광을 안내할 책임자로 우리와 함께 행동했다. 나는 그가 북한에서 상당한 직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명함을 건네면서 남북한 출판교류 및 협력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심양에 있는 북한 도서수출입공사 얘기도 해주었는데 그는 바람직한 일이라며 북한의 출판 담당자들에게 연락해서 좋은 결실이 있도록 하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일 역시 구두선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해 10월 중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북한도 참가했다는 것을 알고 북한 부스를 찾아가서 북한측 대표인 이용 사장을 만났다. 북한 출판계의 고위 책임자였던 이용 사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6가지 내용에 합의했는데 그 내용은 6가지로 ▲국제도서전에 남북한 공동참가 ▲출판물 교류전 개최 ▲출판 세미나 공동 개최 ▲북한 도서의 저작권을 전담하는 에이전시를 남한에 둔다 ▲남북한 출판인 교류 ▲인쇄, 제본 등 출판 자재 및 출판 기술의 협력 구축 등이었다. 이용 사장은 북한으로 돌아가 당의 비준을 받아 우리가 합의한 6가지 내용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측으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아마 북한은 출판의 교류와 협력이 전혀 이득이 안 된다고 믿은 것 같다. 출판물은 식량이나 비료, 의약품과 달리 이념이나 체제에 변화를 주는 만큼 남한의 출판물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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