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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나 주총관련 전화내용유출 HP합병 곤경
입력2002-04-16 00:00:00
수정
2002.04.16 00:00:00
휴렛 패커드(HP) 주주총회 이틀전인 지난달 17일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최고 재무책임자(CFO) 로버트 웨이맨에게 전화메시지를 남겼다."도이체 방크와 노던 트러스트를 우리편으로 만들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한달이 채 안된 지난 10일 피오리나가 남긴 메시지가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에 전달됐고, 음성 메시지가 온라인에 생생하게 공개됐다. 피오리나 회장 등 경영진은 경악했다.
이와 별도로 미 연방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HP 주총의 공정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15일 발표했다. 연방검찰은 HP에 소환장을 보내 HP 주식 1,70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도이체방크와 노던 트러스트와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검찰과 SEC의 수사는 지난달 주총무효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합병 반대파들에게 유리한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HP와 컴팩 컴퓨터의 합병에 반대하는 월터 휴렛 전이사는 지난달말 HP 경영진이 도이체방크에게 강압적인 수단으로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했다며, 법원에 주총 무효 소송을 제기했었다.
오는 23일 재판에서 이들이 이길 경우 ▲ 주총을 다시 소집하는 방안 ▲ 도이체방크 등의 표결권을 제외하고 재표결하는 방안 ▲ 합병안 자체가 무산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전화 메시지 유출과 관련 현지 언론들은 ▲ CFO가 음성기록장치의 패스워드를 부주의하게 관리했거나 ▲ 패스워드를 아는 사람이 녹음 내용을 도청했으며 ▲ 제3자가 디지털 녹음 장치에 해킹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어쨌든 메시지 내용 공개로 피오리나 회장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총 최종 결과는 늦어도 내달 초에 공개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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