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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고려인 3세, 모국이 죽였나…"

"아무런 방법이 없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다른 사람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모두를 사랑하고 딸 옥사나(18)를 특히 사랑한다." 지난 7월31일 강제이주 고려인 3세 이니나(44.여)씨가 목을 매 자살하면서 남긴유언이다. 31일은 그가 남편 위탈리(43)씨와 함께 고국을 떠나야 하는 법적 체류 만기일이며 딸의 대학 입학금 납부시한 마지막 날이다. 천안 외국인 노동자 센터 김기수 간사는 9일 연합뉴스에 이씨의 자살과 관련한사연을 A4용지 3장 분량의 e-메일로 알려왔다. 김 간사에 따르면 이씨와 위탈리씨의 조부모는 연해주에서 스탈린의 폭정에 의해 각각 카자흐스탄과 카프카스로 강제 이주됐다. 1986년 결혼한 이들은 1996년 카자흐스탄에서 연해주로 재이주했다. 이씨가 고국에 외국인 노동자로 들어 온 것은 2001년. 평택의 한 버섯농장에서일한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아르촘으로 돌아갔다가 2002년 9월경 남편과 함께다시 입국했다. 부부는 천안시 성환읍의 한 금형 공장에서 주.야 2교대 근무로 하루 12시간씩일하며 두 딸을 훌륭히 키우겠다는 꿈을 키워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이씨가 두 딸을 만나기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일시 귀국하면서 벌어졌다. 사업주는 2월에 그를 서류상으로 해고했고, 3월 그가 입국하자 이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천안 노동사무소에 고발했다. 그러자 사업주는 남편이 퇴사하면 임금과 퇴직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남편은 두달치 임금도 못받은 채 끝내 이유도 없이 해고됐다. 업주는 임금과 퇴직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연락을 끊었고, 체류 만기일이 다가오자 부부는 급한 나머지 6월말 노동부에 찾아가 읍소를 했지만 민원실에서는 진정사건으로 접수하지 않았다. 이씨는 남편에게 사장을 찾아가 임금을 받아오라고 재촉하면서도 기간 내 출국을 권했다. 귀국 6일 전 남편은 노동부 감독관을 찾아가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감독관은 업주로부터 임금과 퇴직금 대신 귀국티켓을 사주겠다는 대답을 받아냈을뿐이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돈이 없었고 생활고만 더해가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이씨는7월31일 새벽 유서를 쓰고는 자살했다. 이씨의 시신은 성거읍 모전리 성거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남편은 10만원의 벌금을 물고 체류자격을 변경해 아직 국내에 머물고 있지만 아내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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