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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스틸의 당진공장 정상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현대차그룹의 고로(용광로) 진출계획도 가시화할 조짐이다. 김무일 INI스틸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10년까지는 고로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일정을 못박았다. 고 정주영 회장이 지난 77년 고로사업 진출에 대해 검토한 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 정몽구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는 모습이다. 김무일 부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INI스틸의 등기 임원에 선출된 점은 왕 회장의 철강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배인 결과”라며 “그룹의 지지와 INI스틸의 역량을 모을 수 있다면 고로사업 진출은 결코 요원하거나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지난 99년 기아차를 인수한 후 자동차 산업이 안정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룹 차원의 철강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역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300만톤급 고로 1기를 설치하는데 3조원이 소요되는 등 자금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INI스틸의 연간 현금창출 능력이 현재 7,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3~4년에 걸쳐 순차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고로사업 진출에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로사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높은 기술력 외에 철광석 등 원재료의 수급에 대한 해법을 미리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INI스틸이 고로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2010년경에는 최근 원재료 시장에서 일고 있는 원자재 가격 폭등이나 원자재란 등의 어려움이 진정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하면 최근의 원자재난은 2010년에도 현안이 되지 않을 것이며,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어 현실 가능한 목표라는 결론이 나온다. 일본의 한 고로업체 관계자는 “현재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원료 자체의 부족보다 원료 채취와 선적, 운송 장비 등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근 들어 이 같은 원자재 시장의 인프라 부족을 해소키 위해 관련업계의 설비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2009년과 2010년에는 원재료 수급상의 부담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이 같은 철강업계의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2010년에는 새로 가세할 INI스틸을 포함 고로업체들의 원자재 난이 한층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NI스틸은 수요 업체인 자동차그룹과 같은 그룹내에 포함돼 있어 INI스틸의 ‘고로진출->철강 경쟁력 제고’는 곧 국내 자동차 시장의 74.3%(지난 해 말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이 점이 현대차그룹의 철강에 대한 애정의 강도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강판의 재질에 따라 자동차 디자인이 100% 반영되는 지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철강소재는 그 만큼 중요한 요소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그룹내의 INI스틸에게 곧 바로 전달될 수 밖에 없어 그룹 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세계적 명차인 BMW의 디자이너인 피터 해르만 박사 역시 “처음 디자인한 모델을 완성차로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철강재의 한계로 수정과 변경이 수 차례 이뤄진다”며 “자동차사가 원하는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는 철강사와의 파트너십 구축은 전 세계 자동차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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