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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면담이 사실상 무산돼 이 후보 측의 외교력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이 후보 측은 야당 대선후보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현직 대통령과 회동을 갖기로 해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이명박 대세굳히기’라는 자평을 내놓았다. 이 후보 측은 고공지지율 행진을 이어가기 위한 ‘대통령처럼 보이기’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 2일 주한 미대사관 측이 “백악관이 면담 요청을 받았으나 그런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고, 이어 백악관 고든 존드로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그런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혀 사실상 면담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 무산됐나=우선 양국 외교당국의 불만이 면담 무산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의 국가장애위원회 강영우 차관보가 현지 특파원들에게 회동 성사 소식을 밝혔고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이 백악관 의전실장의 공식서한을 공개하면서 면담 성사 사실을 확인했다.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비선 라인을 통한 면담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양국 외교당국이 공식 채널을 통하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고 결국 미 대사관과 백악관이 공식 부인하는 상황이 됐다. 이 후보의 핵심측근은 “우리 정부가 불만을 표시하면 회동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외교적인 실무역량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다. 외교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공식 라인을 통해 일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면담 성사에 최선을 다해보겠다’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백악관 문서를 처음부터 지나치게 해석해 성급히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부담 가중=우선 이 후보 측은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안팎으로 망신을 당하게 됐다. 면담 성사 사실을 전하면서 “미국이 이 후보의 위상을 인정한 것”이라는 성급한 해석까지 곁들여 무산에 따른 이 후보 측의 당혹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 후보 측이 회동을 남북정상회담 이슈에 버금가는 이벤트로 추진하려다 이명박-부시 회동이 대선 정국과 맞물려 남북정상회담과 비견되면서 남북 평화세력 대 대미 굴욕외교의 구도가 잡힐 우려도 커졌다. 여기에 4강 외교 전체 구도가 삐걱거리면서 유력 대선주자로서 ‘굳히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나경원 대변인은 3일 “우리 라인을 통해 면담 성사를 전해 들었는데 미측에서 공식 부인하고 있어 이 부분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4강 외교를 경제ㆍ자원 외교로 추진하는 것인 만큼 부시 대통령 면담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4강 외교를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깜짝 면담 가능성=하지만 강 차관보는 “두 사람의 면담 계획은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사적인 라인을 통해 잡힌 것이어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명박-부시 회동은 일단은 무산된 상황이 됐지만 이 후보 방미기간 비공식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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