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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CEO를 키우자] 장수CEO가 '은행경쟁력' 높인다

<상> 임기·나이 제한없는 선진금융인<br>씨티그룹·BOA등 평균재임기간 12년넘어…한국 금융CEO는 2년여에 불과 '파리목숨'<br>비전 경영 가능하게 "연임 풍토 조성해야"



새해 벽두부터 금융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10명 안팎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해 줄줄이 만료된다. 금융기업에서 CEO 한사람의 노하우와 판단이 경영에 미치는 정도가 제조업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공기업 임원 단임 원칙이 금융계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금융계를 뒤엎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선진국의 사례와 우리의 현실등을 비교하면서 단임화하는 금융 CEO의 임기 문제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단한다. 지난 2004년 1월 미국 2위 은행 JP 모건-체이스는 미국 중부지역에 텃밭을 둔 미국5위 은행인 뱅크원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뉴욕 월가의 뱅커들은 JP 모건의 뱅크원 인수 사실보다 뱅크원의 제임스 다이먼 회장이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입성한다는데 관심을 집중했다. 올해로 52세인 다이먼 회장은 월가의 금융황제로 불리는 샌디 웨일 씨티그룹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씨티를 떠나야 했다. 시카고로 간 다이먼은 적자에 허덕이던 뱅크원을 살렸고, 그가 경영을 맡은 3년 동안에 주가는 두배 가량 급등했다. 다이먼은 이제 뉴욕으로 돌아와 JP 모건을 이끌며 씨티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은행 경쟁력은 CEO의 경쟁력으로 요약된다. JP모건이 600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뱅크원을 인수한 것은 유능한 경영자를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수천명이 제작 라인에 매달려 수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서 내는 만큼의 이윤을 CEO 한사람의 순간적 판단에 의해 벌수 있는 게 금융산업이다.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수천명의 은행원을 잘라낸 은행이 살아나 1년에 번 돈을 해외 투자가 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 유출시킨 쓰라린 경험을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여러 차례 목격해왔다. 역으로 그만큼 금융 CEO의 경험과 판단이 중요하며, 우리는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그것을 배웠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둘러보면 한국의 금융 CEO는 경영 외적 환경에 휘둘리면서 단기화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에 경영자도 단기 성과에 급급하고, 경영권 불안정은 한국 금융계의 병폐인 ‘쏠림현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눈을 해외로 돌려보자. 세계적인 금융회사는 CEO가 수십년씩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물론 적자를 내거나 실패한 경영자는 단명한다. 총자산이 1조5,000억 달러로 우리나라 한 해 수출액의 다섯 배나 되고, 시가총액이 2,745억 달러로 삼성전자보다 2.5배에 이르는 오늘날의 씨티그룹은 샌디 웨일이라는 탁월한 CEO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웨일은 86년 트래블러스 CEO를 시작으로, 지난해 씨티그룹 회장을 그만두기까지 20년간 최고경영자 자리에 있었다. 웨일을 도운 프랭클린 토마스씨도 35년 동안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HSBC홀딩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BN암로, UBS 등 글로벌 은행의 CEO와 이사회 구성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12년을 넘는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자면 긴 안목과 탁월한 역량을 가진 CEO가 장기간 회사를 이끄는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컨설팅 회사인 앤 플랫폼의 강영재 부사장은 “씨티그룹의 성장에는 웨일 회장의 판단력과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며 “은행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CEO가 장기비전과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도록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웨일 회장이 73세의 나이로 물러나면서 BOA와 HSBC가 씨티그룹을 넘보고 있다. 이 싸움의 한 가운데는 JP모건의 다이먼을 비롯, 금융 CEO들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초 MBNA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 BOA의 케네스 루이스 회장은 69년 입사, 30년 만에 CEO에 오른후 7년째 경영을 맡고 있다. 글로벌 은행의 CEO와 이사회 구성원들은 임기와 나이에 제한이 없다. BOA의 한스 베체러 이사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 69년 이후 36년째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HSBC홀딩스에서 45년을 근무한 존 본드 회장도 지난 90년부터 16년 동안 CEO로 활동하다 지난해 그만뒀다. 네델란드계 ABN암로의 리지크맨 그로에닉 회장은 88년부터 CEO로 활동 중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금융 CEO는 파리 목숨에 가깝다. 미국 금융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8.9년이고, 국내 제조업 CEO는 4.7년인데 비해 국내 금융CEO는 2년을 갓 넘는다. 혹자는 전문경영인이 장기간 지배하는 것도 문제고,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에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사회 제도를 보완한다면 얼마든지 CEO를 견제ㆍ감시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경영진들이 단기성과에 연연하는 근시안적인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금융시스템도 시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독립적인 작용에 의해 경영진이 장기 재임하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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