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서는 명예퇴직 신청자들이 줄을 잇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파격적인 명예퇴직 조건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최근 만 35세 이상,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명예퇴직에 813명이 몰렸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190명이 은행을 그만 뒀던 대규모 명예퇴직 이후 최대 규모다. 은행 측은 명예퇴직을 대부분 수용한다는 입장이어서 명퇴 신청자는 이달 30일자로 은행을 떠나게 된다. SC제일은행은 이번에 퇴직금 외에도 34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과 자녀 2명까지 최대 5,600만원의 학자금, 400만원 규모의 창업지원금, 건강검진비 180만원 등의 '특별조건'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구조조정에 나섰던 국민은행도 전직원의 12%에 해당하는 3,200여명을 내보내면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국민은행은 정규직에게 최대 36개월분의 기본급을, 계약직은 24개월치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또 자녀 2명에게 5,600만원의 학자금과 창업장려금 2,400만원을 줬다. 최근에는 삼성카드와 삼성생명ㆍ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 역시 본격적인 인력감축에 나서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희망퇴직 숫자는 최대 1,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의 명퇴 행렬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KB는 몸이 너무 비대해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천명한 터라 내년에도 대규모 인력 감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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