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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외국인 매물 겁에 질린 서울증시
입력2002-10-10 00:00:00
수정
2002.10.10 00:00:00
■ 주가 35P 폭락 배경·전망'봇물처럼 쏟아진 외국인 매도물량에 겁에 질린 증시.'
10일 주식시장 상황은 이렇게 요략된다. 종목ㆍ가격 불문하고 마구 쏟아내는 외국인들의 손절매(로스컷) 물량에 증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거래소시장에서 2,04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60억원이 넘는 외국인 매물은 삼성전자ㆍSKTㆍ강원랜드ㆍ국민카드 등 지수 관련 우량대형주로 집중되면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양상이 전개된 것.
지난 4월 930선까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가 6개월 만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800ㆍ750ㆍ700ㆍ650ㆍ630선을 차례로 깨고 600선마저 붕괴돼 바닥을 점치기가 어렵게 됐다. 시장에서는 580선의 지지선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나 자신이 없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도미노식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해외증시의 불안에다 내부적으로도 가계부실로부터 출발한 신용위기가 악재로 부상하고 있어 추가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일단 팔고 보자
미국증시 급락이 외국인들의 투매를 몰고 왔다. 전일 뉴욕증시가 기업실적 악화와 이라크전쟁 불안감에 폭락하며 외국인들은 장 초반부터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냈다. 로스컷을 넘어서 투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거래소 대표종목인 삼성전자를 40만주 넘게 팔았고 SK텔레콤ㆍ포스코 등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외국인들의 매물이 집중됐다.
전일에 이어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이날 3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4월2일 377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 비중이 낮은 코스닥시장인 만큼 이날 매도는 외국인이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5년, 6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바닥의 신호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의 매물은 당분간 국내증시에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풍에 내풍까지 겹쳐
불안감에 휩싸인 증시 주변여건은 어딜 둘러봐도 악재만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져 IMF위기에 버금가는 경제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증권 경제분석가는 "한국의 9월 수출증가율이 12.6%로 전월의 18.9%에 비해 급격히 둔화되는 등 수출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조짐을 보이는데다 과도한 가계대출로 인한 '신용거품'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거품이 꺼지면 한국경제가 급격한 경기후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앤디 시에의 분석처럼 국내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600선이 붕괴된 증시의 바닥을 가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경착륙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에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때마다 주식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증시 불안, 이라크전쟁 불안감, 기업실적 악화 우려, 유럽과 일본 증시 추락, 세계경제 침체조짐 등 해외악재는 여전히 우리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들 해외변수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증시의 불안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에서 좌파정권이 집권할 경우 '대외지급 불능'을 선언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증시에 추가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어
그러나 지수 폭락을 주도했던 로스컷 매물이 단기간 대량으로 쏟아졌다는 점과 각종 기술적 지표들이 반등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가는 "각종 기술적 지표들이 과매도권에 진입하며 반등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20일 이격도가 90선까지 간 만큼 자율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신 브릿지증권 리서치담당 상무도 "일단 지난해 박스권 장세의 하단부였던 580선이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기간 낙폭이 컸던 만큼 기술적인 반등이 나올 때 비우량주의 경우 물량을 축소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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