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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4重苦

김대중 정부는 지난 99년 2월 의료보험법을 폐지하고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 2000년 1월1일부터 의료보험을 통합하기로 했다. 근로자(공무원 포함)를 대상으로 운영돼온 직장의보조합(146개)과 자영자(농어민 포함)를 대상으로 한 지역의보조합(227개)을 전국단위로 통합하고 의료보험 명칭도 건강보험으로 바꾼 것이 국민건강보험법의 핵심 골자였다. 의료보험을 통합한 이유는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보험혜택은 확대하며 모든 가입자에게 공평하게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즉 직장가입자든 지역가입자든 보수(소득)를 기준으로 하는 단일 보험료 부과기준이 적용되면 모든 가입자에게 공평하게 보험료가 부과되고 부담도 적어진다는 것이다.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의 조직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후인 2000년 7월1일 통합됐다. 그런데 재정통합 부분은 단일 보험료 부과기준을 마련하는 데 시일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통합 시한을 2000년 1월1일에서 2002년 1월1일로, 다시 2003년 7월1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통합 시한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까지도 단일 보험료 부과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부과는 현재대로 달리 적용하면서 재정은 통합운용한다는 방침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시 말해 근로자보험료는 봉급(보수)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자영자에 대해서는 소득이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나이ㆍ성별ㆍ자동차종류ㆍ재산 등으로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재정은 통합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근로자보험료는 사용자가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자영자는 자진납부한다는 방안이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마치 도로통행료를 징수함에 있어 한사람은 몸무게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은 신장을 기준으로 징수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참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에 있어 자영자의 소득파악이나 단일 보험료 부과는 경제ㆍ사회의 구조적 문제로서 역사성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 탁상에서 추상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2000년 6월29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에 보험료 부담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의료보험 통합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재정통합 시한인 2002년 1월1일까지는 1년6개월이 남아 있어 그 기간 동안 소득파악률을 높일 수 있고 또 건강보험공단에는 가입자의 대의기관으로서 재정운영위원회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설사 자영자의 소득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기구에서 부담의 평등을 기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면 되므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이 난 지 3년이 돼가고 재정통합 시한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현시점까지도 자영자 소득파악률은 그때와 별 차이가 없고 재정운영위원회에서도 보험료 부담의 평등을 기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더욱이 보험재정이 파탄나자 2002년 1월 보험료의 신속한 인상과 담배에 건강보험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 재정운영위원회의 보험료 조정기능까지 없애버렸다. 이제 정부의 재정통합 방침은 헌법상 평등권에 정면으로 위배되게 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사용자는 근로자보험료의 50%를 부담하게 하고 있다. 사용자 부담 보험료는 근로자의 의료비로 사용될 것을 전제로 근로자복지 차원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결국 근로자에게 지급될 임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의 정신과 전통이 그러하며 실제에 있어서도 사용자 부담 보험료는 근로자 임금 항목에서 지불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와 자영자의 구분 없이 보험재정이 통합운용된다면 사용자의 근로자보험료 부담의무는 당연히 소멸되는 것이며 보험재정상 필요하다면 지역가입자와 같이 국고에서 부담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가 부담하던 근로자보험료(50%)는 마땅히 근로자 임금으로 지불돼야 할 것이다. 만약 보험재정 통합 이후에도 사용자에게 근로자보험료의 50%를 부담하게 한다면 이는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됨은 물론 근로자와 사용자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섣부른 재정통합 방침은 위헌문제와 함께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우리의 건강보험이 보험재정 통합문제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상황에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건강보험료 부담은 나날이 늘어나고 보험혜택은 줄어드는데 보험재정은 파탄났고 의료의 질과 서비스는 급격히 저하되는 4중고를 앓고 있다. 정부에서는 여야를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하루 속히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김종대(경산대학교 객원교수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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