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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美일방주의

이야기 하나-우리 반(班) 반장은 집이 부자인데다 힘도 세다. 그런데 한 아이가 반장에게 시쳇말로 `찍혔다`. 여느 아이들처럼 반장에게 `딸랑 거리기` 는 커녕 자주 대들기 때문이다. 반장은 이 아이를 손보기 위해 구실을 하나 생각해 냈다. 이 아이가 칼, 몽둥이 등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주위 친구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반장의 주도로 몇몇 친구들이 이 아이를 흠씬 두들겨 팼지만 그 아이에게선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야기 둘-이라크전이 20여일 남짓 만에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그런데 미국은 아직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를 모른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종전(終戰) 선언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처럼 종전 선언을 미루는 있는 이유는 실상 딴데 있는 듯 싶다. 소위 대량살상무기(WMD)인 생화학무기를 아직 찾아내지 못 했다는 것. 미국이 생화학무기를 찾아내려는 이유는 이라크가 이를 테러집단에 제공한다는 의혹이 전쟁의 당초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 못지않게 생화학무기를 찾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야기 셋-이번 전쟁에서 객관적인 보도로 명성을 쌓은 알 자지라 방송은 전문가들의 의견임을 전제,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은닉 증거를 조작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 같은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명분 쌓기가 현안 과제인 미국으로서는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공산이 크다. 위의 세가지 이야기는 이번 이라크전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개별 국가들은 물론 다자간 협의체인 UN도 `증거`와 관련한 어떠한 반박을 내놓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실질적 메커니즘이 붕괴된 셈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미국이 또 어떤 `왕따`를 만들어 무슨 구실을 덮어 씌울까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전쟁을 통해 눈 밖에 난 시리아가 미국의 새로운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과거에는 최소한 `정당성`을 당연한 전제로 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지구촌은 일방적 패권주의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려가는, 그래서 역사의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 과정을 밟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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