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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와 대아

대아는 한시적이고 무상한 온갖 개체의 근원이 되는 영원하고 유일한 절대적인 실재로서의 「나」이며, 소아는 불변하는 절대 즉 우주의 실재로부터 파생된 개체로서 한계적 존재인 「나」이다.그러나 이러한 철학적 용어해석에 구애받을 것 없이 대아와 소아의 관계는 나와 우리가 속한 사회와 세계속에 여러가지 규모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나는 소아고 가정은 대아다. 각지역 공동체사회는 소아고 광역공동체사회는 대아다. 부족은 소아고 민족은 대아다. 민족은 소아고 인종은 대아다. 인종은 소아고 인류는 대아다. 그러나 인류도 생명체의 연계속에서는 소아에 지나지 않는다. 소아와 대아는 불가분의 관계이면서도 서로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관계다. 전체적인 구도는 불가피하게 개체의 욕구를 제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각 개체는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려는 투쟁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 시대속에서 한 역사속에서 한 공동체가 발전하고 융성하는 길을 걷느냐, 쇠퇴하고 패망하는 길을 걷느냐 하는 문제의 열쇠가 전체와 개체간의 지혜로운 조화에 있음은 주지된 일이다. 그렇더라도 그 조화가 전체와 개체의 어느쪽에 더 무게를 두고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는 그 공동체가 처한 상황속에 답이 들어 있다. 공동체가 위기를 맞았을 때는 전체적인 구도 쪽에 무게가 주어져야 하고, 공동체의 운영이 순탄할 때는 개체의 욕구 쪽에 무게가 주어져야 한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다시 하는 까닭은 그 뻔한 사실이 우리 사회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지금 우리 사회,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가, 위기 따위는 상관도 없는 태평성세인가. 말할것도 없이 위기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위기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희생하며 전체적인 구도에 적극호응 참여하는 계층은 서민층이고 중·상류층은 오불관언의 태도가 짙다. 소아에 앞서 대아를, 개체의 욕망에 앞서 전체의 위기극복을 추진해가야 할 시기다. 또한 이런 때일수록 구심점이 필요하다. 위기를 벗어날 때까지는 전체의 구도에 더 무게를 두고 구심점인 지도자에게 힘을 실어줌이 소아와 개체의 현명한 처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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