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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은 '제3세계형' 착취공장"

박노자 교수, 대학 현실 신랄하게 비판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 사회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종종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러시아계 귀화인 박노자(32)교수가 한국 대학사회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 교수는 22일 오전 영남대 인문관 강당에서 `영대신문사' 창간 5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강에서 `한국의대학 사회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특강을 갖고 "특정 학교를 나와야 인간대접을받을 수 있고 학력(學歷)이 바로 능력으로 인식되는 한국적인 풍토에서 소위 명문대학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지식시장의 고급 명품 백화점"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식 백화점에서는 취업 시장에서 교환가치가 높은 실용적 지식을사야만 하는 편식현상이 오늘날 한국의 대학교육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제 더 이상 대학은 상아탑이기를 고집하지 않으며, 고집해서도 안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면서 "길거리의 대학 광고들은 `지식은 상품이고 우리가 최고의 지식 상품만 제조, 판매하는 공장 겸 백화점이고, 학생들이 우리의 고객들이고 교수들이 ㈜대학의 임원들이고 총장은 바로 기업의 꽃, 즉 CEO다!'라고 외친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 교수는 "초현대적인 캠퍼스 안에서 절반 정도의 교양수업과 35%정도의전공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들과 학교 당국과의 관계는 차라리 20세기 초반의 소작인들의 처지를 방불케 한다"면서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상 차별을 질타했다. 박 교수는 "보수는 전임 교원의 5분의 1이나 6분의 1에 불과하고 주임교수와의관계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면 이 지위마저도 아주 쉽게 빼앗기고 만다"면서 "번쩍이는 초현대식 지식백화점의 실체는 거의 중세적인 개인 예속 관계까지 그대로 활용하는 `제3세계형 착취공장'"이라고 표현했다. 박 교수는 "`세계 100위'와 같은 무의미한 궤변을 접어두고 구성원들에게 보람있는 지적 생활의 터전이 될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길은 대학 운영이 학생과 직원,교수 등 3주체에 의해 장악되도록 해야하고 시간강사, 조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대해 노동자들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야하며 이들의 월급이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박 교수는 한국 대학의 다양한 내부적 갈등과 구조적 모순 등을 비판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이 깨어있는 의식으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1973년 러시아에서 출생, 블라디미르 티호노프가 본명인 박 교수는 고교시절 `춘향전'을 보고 한국에 매료된 뒤 2001년 `러시아의 아들'이란 뜻을 가진 `노자(露子)'라는 이름으로 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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