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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에 듣는다] 와타나베 도시오 교수
입력2002-01-03 00:00:00
수정
2002.01.03 00:00:00
중국 진출시 '차이나 리스크' 감안하라신문에도 잡지에도 '중국, 세계의 공장으로''비등(沸騰)하는 중국''중국이 일본을 집어삼킨다'라는 식의 제목을 단 특집 기사가 눈길을 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일본 언론이 펼치는 중국경제대국화(中國經濟大國化)론도 점차 무르익어 가는 듯하다. 지금의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10명이면 10명 입에서 똑같이 '대국화'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대부분이 미심쩍다. 솔직히 일본에서 제기돼 온 중국론은 '형편없다'와 '굉장하다'는 편향된 논의의 반복에 그쳐 온 것이 사실이다.
WTO 가입이 중국에 행복을 가져 다 줄지 여부에 대해 적어도 필자는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중국은 밖에서 보면 대국이지만, 안에서 보면 쉽게 넘어설 수 없는 문제를 몇 개나 껴안고 있다. 그렇다면 WTO 가입이 중국에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인가.
중국의 WTO 가입은 주변국이나 일본ㆍ유럽ㆍ미국계 기업들의 대중(對中)무역과 투자기회를 넓힐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해외 기업들의 대중무역과 투자기회 확대는 곧 중국이 모든 산업분야에서 국제경쟁의 소용돌이로 휘말리고, 무한경쟁이라는 거센 바람을 맞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바람은 국유기업 등 비효율적인 공업기업들을 도태시키고, 자급적으로 이뤄지던 농업을 상업적인 농업으로 전환시키고, 자원배분 패턴에 있어서도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자원배분 패턴의 변화는 중국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 결과적으로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향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개발과제이므로, 중국이 이 같은 성과를 올리기까지 단기ㆍ중기적으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하다. 과제 운영에 실패해서 중국이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특히 시급한 문제는 두 가지. 첫째는 국유기업 개혁에 따른 실업 증가로, 이로 인해 발생할 사회ㆍ정치 불안에 당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둘째는 관세율 인하와 보호정책의 삭감ㆍ폐지가 생산성이 낮은 중국의 농업에 미칠 타격이다.
국유기업 개혁의 마지막 카드는 주식제 도입이다. 주식회사로의 전환이 진전되면 과잉노동력을 안고 있는 국유기업에서 상당수의 실업자가 배출될 전망이다.
주식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지금도 이미 근로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 국유기업의 잉여인력은 1억명에 달하는 총 취업인구의 20%를 넘는 수준이다.
실업보험,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의 안전망이 채 정비되지 않은 중국에서 실업 발생은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은데, WTO 가입은 국유기업의 인력감축을 가속화함으로써 이 위험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중국의 앞날에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회주의의 용해(溶解)와 공산당 정권의 정통성 상실이다. 공산당 지배기구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和)' 이후 중국의 개혁과 개방은 전면적으로 가속화했고, 시장경제화가 빠르게 진전됐다. 경제성장률도 높아졌다.
하지만 시장경제화는 사회계층을 다양화시키는 동시에 공산당원들의 시선을 정치에서 경제로, 나아가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향하게 했다. 그 결과 공산당에 의한 통치 메커니즘은 견고했던 예전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증거로 당의 핵심부는 당원들의 '개인주의''배금주의''향락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주의 정신문명의 확립'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오랜 공산당 지배하의 말단기구이면서 동시에 공산당 지배의 '정치적 핵심'으로 여겨져 온 것은 전국에 무수히 존재하는 국유기업의 당위원회이다.
하지만 국유기업 개혁으로 인해 기업 내 당위원회는 이윤극대화 원칙에 따르지 않으면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산당 지배의 정치적 핵심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WTO 가입은 스스로의 지배구조에 정면 대치할 수밖에 없다는 마지막 난문제를 공산당 앞에 들이민 셈이다.
한편으로 개혁ㆍ개방기의 중국이 끊임없이 골머리를 앓아온 부분이 농촌의 빈곤 문제이다.
비옥한 농경지는 부족한 반면 노동력만 남아도는 중국의 소규모농업의 생산성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다. 때문에 개혁ㆍ개방기에 있어서도 중국 농업은 국가의 보호 대상에서 빠지질 않았다.
하지만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관세 인하는 물론 수입할당이나 수입허가제, 농업보조금, 수출보조금의 폐지를 비롯한 농업자유화ㆍ규제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제기준에서 볼 때 생산성이 형편없이 낮은 농업부문이 국제무대의 무한경쟁의 파도에 쓸려가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잠재 잉여인력이 수면으로 부상하면 농업부문에서도 상당 규모의 실업자가 발생하게 된다. 고용기회 상실은 농가소득을 격감시키고, 도시가구와 농촌가구의 소득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그 결과 농촌 노동력이 대거 도시로 몰려가면 국유기업 개혁에서 발생하는 실업자에 농촌에서 배출된 노동력까지 가세, 이들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사회와 정치에 불안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WTO 가입으로 인해 증대하는 차이나리스크에 우리는 좀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 와타나베 교수 약력
▲ 1939년 야마나시(山梨)현 생
▲ 게이오(慶應)대학 경제학박사
▲ 츠쿠바대학, 도쿄공업대학교수 역임
▲ 현재 타쿠쇼쿠대 국제개발학부에서 개발경제학, 현대아시아경제론 전공
▲ 전 아시아정경학회 이사장
▲ 일본종합연구소 환태평양연구센터 이사장
▲ 국제개발학회부회장
▲ 일중(日中) 우호 21세기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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