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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소통의 리더십'으로 '창의적 조직' 만든다

매일 아침 임직원 10여명과 간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br>실장들도 회장 주재 회의서 자유롭게 의견 발표하기도<br>공부하는 CEO로 유명…임원들에 책선물하고 수시 토론



지난 2008년 1월 어느날 포항제철소 회의실. 당시 생산기술부문장이었던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 주재로 열린 생산기술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포항제철소에 새로 짓는 도금라인에 위험부담을 안고 신기술을 도입할 지, 아니면 이미 검증된 기술을 도입할 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 두 갈래로 나뉜 임원진들은 목소리를 높여 가며 수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가 끝났다. 곧바로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 회의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정 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였다. 그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독선적인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며 양쪽을 강하게 질책했다. 결국 정 회장 신기술을 도입하는 설비구성을 기본으로 하되,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기존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양측이 주장하는 의견을 적절히 조화시켜 최선의 답안을 찾아낸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 정 회장은 포스코에 재직하는 동안 여러 의견을 경청한 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영철학을 고수해왔다. 본인의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그의 경영스타일인 것이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경청과 토론을 중심으로 한 본인의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포스코 센터 29층의 넓은 회장실 대신 용접봉의 뜨거운 불꽃 사이로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울산 현대중공업을 찾았다. 고객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경청해 제품에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또 내부 임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취임 이후 매일 아침 10여명의 임직원들과 다양한 분야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조찬간담회를 열고 있다. 조찬간담회는 정 회장이 지난 2004년 광양제철소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현장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실시해왔던 것. 그는 이를 직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듣고 개선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실시했던 마케팅 부문 임직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는 한 직원이 "인재육성을 위한 회사의 지원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정 회장은 그 자리에서 "언제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e메일이나 전화로 얘기해달라. 인재육성을 위한 지원은 담당부서와 협의해 즉시 반영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소통 바이러스'전파는 포스코 내외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직급에 관계없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안하게 되고, 또 그 제안이 채택됐을 때는 일에 대한 보람과 활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협력업체나 고객사들은 포스코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 탓에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던 다양한 개선 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요청할 수 있게됐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강해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임원들도 제대로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주로 듣기만 했지만 요즘은 실장급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며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직접 듣고 즉석에서 건의도 하는 활발한 소통을 통해 CEO와 함께 회사발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공부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엔지니어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시절부터 몸에 밴 독서습관 덕에 문화, 예술, 역사, 철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고향인 수원 화성의 역사에 대해서는 향토사학자에 못지 않을 만큼, 남다른 시각과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 회장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정을 포스코 임직원들에게도 확산하고 있다. 임원급 이상에게 일주일에 한 권씩 직접 책을 선물하고 주간단위로 열리는 회의 때는 물론, 사내에서 임원들과 마주칠 때마다 책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정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선물한 책은 '도요타 생산혁명의 비밀'. 이 책은 세계적인 생산성을 자랑하는 도요타가 공정 및 관리혁신을 어떻게 실시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도요타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해 다양한 문제들을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며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잘못된 업무관행, 비효율적 업무 처리 방식, 불필요한 지시ㆍ보고ㆍ회의 등 낭비요인을 버리고 가치 있는 업무로 채워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상황 속에서 강력한 카리스마 보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선택했다. 여러 원자재를 용광로에 집어넣어 철을 생산하듯 다양한 정보와 의견들을 한데 모은 후 창의적인 결론을 내놓는 정 회장이 앞으로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포스코의 미래를 만들어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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