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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포커스] 부실銀 매각의 '두가지 길'
입력2002-08-27 00:00:00
수정
2002.08.27 00:00:00
지난주 한국에서 서울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것으로 결정됐을 때, 멕시코 정부는 5위 시중은행인 비탈 금융그룹을 영국계 HSBC에게 매각했다. 외환위기를 겪은후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 금융개혁에 관한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는 두 나라가 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비교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시중 은행의 주도권을 외국은행에게 넘겨줄 것인지 하는 점이다.
한국은 서울은행을 국제입찰을 통해 국내은행에 매각키로 함으로써 제일은행 하나만 해외에 매각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멕시코는 5대 은행중 4개를 이미 해외에 매각했고, 4위 은행도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은행 매각 뉴스에 대한 미국의 비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이 서울ㆍ제일등 두 은행을 해외에 매각키로 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를 어겼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측 입찰자인 론스타가 훨씬 비싼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국내은행에 팔기로 한 것은 한국인들의 외국인 혐오증이 개입됐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 정부는 IMF에서 빌린 빚을 다 갚았기 때문에 약속 이행의 의무가 없어졌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공정성을 기했다고 답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대답할수 없는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선진 7개국(G7)중에서 주요 시중은행을 해외에 매각한 나라가 없다는 점이다. 80년대 미국, 90년대 일본이 장기침체의 늪에 시달릴 때 제조업을 해외에 매각했지만, 핵심 은행은 팔지 않았다.
은행시스템은 국가 경제의 심장이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자본과 국내자본의 차이가 없어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론일뿐이다. 현실의 세계에선 자본의 국적이 대단히 중시되고 있다. 제조업은 외국에 팔아도 공장이 현지에 남아 있지만, 은행은 자본재를 국경넘어 자유롭게 이동시킬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도 은행 주인의 국적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는 당초 3대 은행의 해외매각을 거부하다가 은행 부실이 걷잡을수 없이 불어나자 대형은행도 국제경쟁입찰에 부쳤지만 국내 자본가를 찾지 못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은행 부실을 떠않을 국내자본의 여력이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해외의 곱지않은 시각을 무시할 수만 없다. 서울은행의 국내매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금융 개혁 의지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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