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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통시장 왜곡 반시장적 행위"… 업계 어닝쇼크 우려 [정부, 정유사에 저가입찰 강요] 무엇이 문제인가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8월 인천 부평구 일신동의 자가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 지경부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를 위해 정유사들에 석유제품 저가입찰 참여를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경제 DB "기름값 묘하다" 이후 또… 발칵 뒤집혔다 강제 기름값 인하 이어 "후진적 행태 재연" 비판 주유소 공정 경쟁 해치고 특정 지역 주민에만 혜택 조세형평성 위배 지적도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를 위해 국내 정유업체에 석유제품 저가입찰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기름값 안정은 고사하고 유통시장을 왜곡시키고 정유업체의 안정성만 해치는 반시장적 행위라는 점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조만간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을 앞세워 기름 공동구매를 희망하는 전국의 자가폴 주유소들과의 협의를 통해 구매물량을 정한 후 정유사들 간 경쟁입찰에서 가장 유리한 구매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택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물밑에서 싼 제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업의 특성상 제품가격이 유가와 환율에 연동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정유사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양상이다. 정부의 잘못된 발상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기름값 문제 때문에 올 상반기 대통령을 비롯해 기획재정부ㆍ지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섰지만 정부의 개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시행된 한시적 기름값 인하기간에 기름값이 제대로 내려가지도 않았고 주유소들이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 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정유사의 폭리 등을 찾아내 기름값 인하의 묘수를 내놓으려 했지만 '유류세 인하와 유통구조 개선' 외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유통구조 개선대책의 하나로 나온 알뜰주유소가 결국 정부의 압력을 받은 정유업체들의 '울며 겨자먹기' 저가입찰을 통해 석유제품을 싸게 공급받는다는 식이어서 업계는 물론 학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초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민간기업인 정유사를 압박하면서 보인 후진적 행태를 재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도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이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경쟁력을 높인 결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석유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이해 없이 정부가 기름값을 내리라며 시장에 개입하고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석유공사의 민간유통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유사는 물론 대리점ㆍ주유소 등 모든 민간사업자에게 가격ㆍ수급 정보를 받고 있는 석유공사가 유통시장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부와 서류ㆍ물건에 대한 검사권마저 가진 석유공사가 우월적 권한을 이용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알뜰주유소를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알뜰주유소 주변의 다른 주유소 업자들은 매출감소ㆍ폐업 등의 피해를 입게 되는 등 주유소들 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알뜰주유소 인근의 다른 주유소들이 경영압박을 받게 되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또 이들 주유소가 벼랑 끝에 몰려 폐업할 경우 소비자들이 주유소를 찾아 멀리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도 겪게 된다. 주유소 간에 무리한 가격경쟁이 벌어지면서 가짜 석유제품 유통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주유소 업자들이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가짜 석유제품과 섞어 팔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단기적인 기름값 인하효과가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돌아간다는 점도 조세형평성에 위배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알뜰주유소를 지원할 경우 해당 주유소를 이용할 수 있는 인근의 특정 소비자들만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강제적인 염가판매로 정유업체들의 경영안정성이 악화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정유사들이 부실화되면 최악의 경우 비싸게 석유제품을 수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휘발유를 1,000원어치 판매할 경우 정유사에 돌아가는 이익이 20~30원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20~30원의 마진을 포기하고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더라도 이 정도로는 소비자들이 싸다고 체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원하는 수준을 맞추려면 마진 포기를 넘어 손실을 보며 제품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정유사들이 2ㆍ4분기 리터당 100원 인하로 겪었던 '어닝쇼크'가 되풀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MB 최측근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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