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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재앙] 인구감소 현실로… 車판매 줄고 백화점엔 노인들만'북적'

<4> 저출산 타개 실패한 일본<br>'앤젤플랜'등 잇단 정책 실패에 출산율 1.26명으로 세계 최저<br>단순 보육·금전 지원으론 한계 "정책 궤도수정을" 목소리 높아

일본은 지난 2005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20%를 넘어서고 총인구가 줄어드는 등 인구감소·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 리 진행되고 있다. 학교가 끝난 4일 오후 시간 도쿄 시내 우에노역 인근 우에노시장은 학생들보다 노인들로 북적였다. /도쿄=이상훈기자

일본 도쿄 부도심인 이케부쿠로의 세이부백화점. 도쿄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백화점이지만 오랜 불경기 탓인 듯 한산하다. 백화점 맨 위층에 있는 식당가 정도가 그나마 북적거렸지만 식당에는 온통 환갑을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들뿐이었다. 식당 점원 에이코(21)씨는 "맥도날드 정도를 제외하고 백화점 식당 대부분의 주고객은 노인"이라며 "하라주쿠라면 몰라도 이곳에서 젊은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백화점을 두 시간 넘게 돌아다녔지만 젊은이라고는 유모차를 끌고 다닌 여성 한 명뿐이었다. 일본은 지난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합계 출산율이 2.14명으로 '인구 대체수준', 즉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30여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005년 합계 출산율은 1.26명까지 떨어지며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로 전락했다. 1989년 출산율이 1.57명으로 떨어진 이른바 '1.57쇼크'를 겪자 1995년 국가적 저출산 타개책인 '앤젤 플랜'을 추진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2005년에는 결국 일본의 인구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2만1,266명이나 줄어들기에 이르렀다. ◇실패를 거듭한 저출산 정책=1989년 1.57쇼크 이후 일본에서는 본격적으로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1995년 앤젤플랜, 2000년 '신엔젤플랜', 2005년 '아동ㆍ육아응원 플랜' 등 국가적 저출산타개정책을 5년 주기로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의 저출산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 1995년 앤젤 플랜을 세우면서 일본 정부는 취업여성에 대한 보육 서비스 지원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해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사회ㆍ문화적 현상이 돼버린 저출산 문제를 단순한 보육지원으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000년 신앤젤 플랜과 2005년 '아동ㆍ육아응원 플랜' 역시 각각 일ㆍ가정 양립, 고용개선 등에 초점을 맞췄지만 근본적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마쓰다 시케키 다이이치생명 연구원은 "지난 십수년간 일본의 저출산정책은 경제적 지원이나 보육지원 모두 양과 질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장기간 지속된 경기침체로 정부가 정책을 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구감소 악몽 현실로=2005년 인구감소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에 또 한번의 쓰나미급 충격을 안겼다. 이호철 주일본 한국대사관 재경관은 "2005년부터 일본 내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는 등 내수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국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2004년 585만대에서 2008년 470만대로 4년 사이 25%나 감소했다. 일본의 인구문제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를 꼽았다. 고조 오이카와 일본 경제산업연구소 이사장은 "출산휴직 후 소득이 줄어드는데다 고비용 양육구조 등에 따른 출산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랜 경기침체로 프리터족(특별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과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일본 특유의 개인주의가 발달하면서 가족문화 자체가 점점 약화된 것이다. ◇정책 궤도수정 요구 높아=일본 최대 번화가 가운데 하나인 도쿄역 앞 야에스구치의 41층 초고층빌딩 '그란도쿄 사우스타워'. 이곳에 입주한 채용 정보업체 리쿠르트사는 도쿄도의 일부 지원을 받아 2008년 사내보육원 '안즈(And's)'를 세웠다. 사내 여직원의 5세 미만 아이를 맡아주는 이 보육원은 사내 최대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 회사의 마키코 오가타 부장은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다 보니 자녀를 키우는 직원들의 고민이 컸다"며 "보육원을 세운 지 1년 만에 사내 출산율이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보육료가 월 7만엔으로 공공보육시설(5만엔)보다 다소 높지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단순한 보육지원이나 금전지원으로는 저출산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본에서는 저출산대책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7년부터 3세 미만 자녀에 대한 아동수당을 5,000엔에서 1만엔으로 인상하고 생후 4개월까지 유아가 있는 모든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호방문 사업, 지자체와 기업이 연계해 사내탁아소 건립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과 관련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세대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을 일컫는 이른바 '아라포(어라운드 40의 준말)' 세대다. 버블경제의 마지막 세대로 소비력이 강하고 남녀고용평등법하에서 직장 경력도 쌓은 이들은 이제 출산과 가정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네코 류이치 국립사회인구문제연구소 인구동향연구부장은 "그간 일과 자신만의 삶을 즐기며 출산을 늦추던 세대가 뒤늦게 가정회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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