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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조직개편의 의미

증권부 禹源河 차장한국 성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오락은 뭐니뭐니 해도 고스톱이다. 친구·동료들끼리 모여서 즐기고 가족끼리 모여 치고, 시간만 나면 판을 돌리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의외로 많다. 그 고스톱이 나라를 망친다는 고스톱 망국론이 불거져 나온적이 있다. 해외여행에 나선 한국인들이 공항바닥에서 판을 벌려 국제망신을 당한적도 있었다. 고스톱 문화의 폐해는 일단 논외로 하자. 그리고 고스톱에서 혹시 배울 점이 없나 생각해 본다. 고스톱과 같은 제로섬 게임에서 나의 이익은 상대방의 손해로 연결되고 상대방의 이익은 나의 손해다. 따라서 게임참가자들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한다. 고스톱이 재미있는 점은 세명의 게임참가자가 서로 점수를 내기 위해 경쟁을 하면서도 한명이 너무 앞서갈 경우 나머지 두명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적대적 관계를 협조적 관계로 전환시킨다는 점이다. 물론 패를 보여 줄 수는 없지만 너무 앞서나가는 한명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상대방이 필요로 할것으로 추정되는 패를 일부러 내줄 때도 있다. 고스톱꾼들이 말하는 이른바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다. 고스톱판에서 견제와 균형을 외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시스템 가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 문제를 이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갈 길이 명료해 질 수 있다. 정부조직의 개편은 우리가 당한 환란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리스크에 다시 노출되지 않고 효율적이면서 생산적인 정부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비롯됐다. 구 재경원은 금융·세출세입 예산·거시정책 등 경제정책의 3권을 한 손에 틀어쥠으로써 정부내에서 「견제와 균형」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가장 큰 리스크가 현실화 되었다. 당한 입장으로 볼 때 「스리 고」에 「피박」까지 쓴 꼴이다. 때문에 조직개편의 방향은 경제부처 내에서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조직하는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구 재경원은 이번 정부 출범초에 재경부, 기획예산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예산청 등 4개 기관으로 이미 쪼개졌다. 지금 조직개편의 핵심 이슈는 정책 조정권한을 어느 부처에 둘 것인가와 예산청 조직을 어디로 보내는가 등 두가지다. 정책 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예산권이 필요하다는 재경부 주장에 대해 기획예산위원회는 개혁을 위해 예산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산권에도 견제와 균형을 도입한다면 예산청을 독립시키면서 양부처에 예산편성지휘권을 단계별로 안배(개혁을 위한 예산편성은 기획위에, 나머지 예산은 재경부가 담당하되 총액배분은 협의체에서 결정)하는 절충안도 생각해 볼수 있다. 금융기관 인허가권까지 거머쥔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우 금감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직토록 하는 제도를 고쳐야 금융부문에서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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