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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음식점 '디플레 경쟁'

"300엔으로 점심 해결하세요" 도쿄에서도 사무실 밀집 지역인 치요다(千代田)구의 간다(神田)역 앞은 일명 ‘디플레 거리’로 통한다. 거리의 양 옆으로 빽빽이 들어선 음식점의 상당수는 한 끼를 500엔짜리 동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일본식 우동이나 소바, 햄버거와 덮밥집 등. ‘디플레 거리’라는 별칭은 소위 ‘외식(外食)디플레’로 불리는 외식업체들의 가격인하 추세를 부추기고 있는 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너나 없이 싼 값을 내걸고 있는 업체들의 생존전략도 갖가지다. 한 국수집은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 오후 시간에 한해 소바 한 그릇에 단돈 1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자판기 음료수보다도 싼 값에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셈이다. 이곳 뿐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식사 후 1,000엔짜리 지폐를 꺼내던 일본 샐러리맨들은 지금 500엔짜리 동전을 내도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는 값싼 외식업체로 몰려들고 있다. 샐러리맨의 하루 용돈이 500엔이라는 일본의 디플레 상황에서, 허전해진 이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대형 외식업체들이 끝을 모르는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외식업체의 저가공세에 불을 붙인 것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격인 일본 맥도널드. 맥도널드는 지난 95년 개당 210엔이던 햄버거 가격을 꾸준히 인하, 급기야 지난해 2월에는 평일에 한해 정가 130엔의 절반 가격인 65엔까지 떨어뜨리면서 외식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파격적인 가격에 40~50대 중년 샐러리맨들까지 맥도널드 계산대 앞에 줄을 서게 되면서, 50% 세일전략 대상품목인 햄버거와 치즈버거의 판매개수는 이전보다 4.8배나 급증한 상태다. 맥도널드가 일으킨 ‘반값’의 파장은 다른 햄버거 업체들뿐 아니라 일본 샐러리맨들이 즐겨 먹는 규동(소고기덮밥)으로 곧바로 번졌다. 점심시간의 주요 고객들이 값싼 햄버거 체인으로 옮겨가기 시작하자 업계 선두인 요시노야(吉野家) 등 규동업체들도 너나없이 가격인하에 나서, 얼마 전까지 400엔대이던 대형 체인점의 규동 가격은 현재 200엔대로 내려앉았다. 점차 심화되는 ‘외식 디플레’현상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점심 값이라도 싸져서 다행”이라며 크게 반기는 기색이다. 하지만 이들 외식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일본 경제의 디플레를 한층 심화, 결과적으로는 경기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발표된 도쿄의 8월중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1.2%나 하락한데는 규동을 비롯한 외식업체의 가격인하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단 불이 붙은 외식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선 300~400엔의 점심값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낮아진 외식업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판매량이다. 요시노야는 가격인하로 인해 한 그릇당 이익은 3분의 2로 줄어들지만, 판매량이 40% 이상 늘어난다면 수익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맥도널드의 경우 지난 1년간 고객 수가 1억5,000만명 가량 증가, 일본내 햄버거 매출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격인하 전인 지난 95년 51.6%에서 지난해에는 64.6%로 늘어났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와 도시락 체인, 패밀리 레스토랑 등 대형 외식업체들이 속속 저가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 일부 업체들은 장기전이 예상되는 저가 출혈경쟁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도쿄=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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