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은행도 해외서 수익찾기 나서야 [글로벌뱅크로 가자] 국제 경쟁력을 높이자국내 과당경쟁 지속땐 위기 되풀이 불보듯정부도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 정책 배려를 조영훈 기자 dubbcho@sed.co.kr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관련기사 은행 대형·글로벌화 겨냥 힘 키워야 신한 '기업문화' ·조흥 '전통' 결합 미국 보스턴 소재 자산운용회사인 왈든애셋매니지먼트의 티모시 스미스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은행 수익에서 해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한국의 은행들은 좁은 국내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한계성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수익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은행산업은 지난 7~8년 동안 부실의 늪을 헤쳐오느라 엄청난 희생과 재원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올해는 은행들이 충당금을 다 쌓고 수익을 내고 있다. 이제는 은행에서도 제조업처럼 국제적인 회사가 나와야 할 때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삼성전자와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려면 은행들이 국내시장만 염두에 둔 영업에서 벗어나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은행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90년대 초 최대 적대국이었던 소련이 붕괴하자 “글로벌 경제에서 강력한 금융의 힘이 유일한 무기"라며 일본에서 금융패권을 탈환하기 위한 전략을 백악관에 건의했고 이어 빌 클린턴 행정부는 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조치를 취했다. 우리 정부도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세워놓고는 있지만 은행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서해안에 사상누각을 짓는 결과만 될 뿐이다. 문제는 한국 은행에 시스템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한국 금융산업은 내수시장을 파먹으며 과당경쟁을 벌이다가 위기를 되풀이하게 된다. 이제 눈을 해외로 돌려 은행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를 내야 한다. 박성목 우리은행 부행장은 “국내총생산(GDP)과 교역량이 전세계 10위권인, 국력에 걸맞은 초대형 은행이 나와야 한다”면서 “은행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우는 정책적인 배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간섭을 줄여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이사는 “선진국(OECD)과 비교할 때 한국정부가 금융 분야에 상당히 개입하고 있다”며 “따라서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정부의 잠재적 재정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의 문제는 곧 은행 지배구조의 문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배구조가 안정된 은행이 자산 건전성을 바탕으로 선도은행으로 진입한 반면 경영자가 자주 바뀐 은행은 부실의 길을 걸었다”며 “은행 지배구조가 안정돼야 책임경영과 정도경영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대형화ㆍ겸업화도 관건이다. 미국 웰스파고은행 부행장을 지냈던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한국 은행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합병을 통해 거대 우량은행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이 국제 경쟁력을 갖는 데 또 다른 장애물은 비대화된 노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우량은행에 노조가 있는 경우는 없다”면서 “강성 노조와 타협하다가 5년 만에 임금이 두 배나 오른 현실에서 은행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는 요원하다”고 토로했다. 입력시간 : 2005/07/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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