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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국내 '빅3'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움직임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신규 주파수 할당, 초당과금제 도입 논란 등 민감한 이슈가 잇달아 제기되면서 말을 아끼며 외부 노출을 자제하던 CEO들이 이 문제들이 일단락되자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 달전 이른바 '홍길동' 발언 이후 잠행하던 이석채 KT 회장이 최근 GS칼텍스, 농협과의 전략적 제휴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8일 세계미래포럼 주최의 조찬 세미나에도 참석, '스마트폰과 IT혁명'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정부 정책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31일에는 KT와 KTF와의 합병 1주년을 기념하는 간담회에 나와 합병 성과와 앞으로의 경영전략 등을 직접 설명한다.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무역협회 주최의 한 강연회에서 "쇼 옴니아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신세"라며 삼성전자의 차별 대우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발언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자 외부 접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두문불출하던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사장은 이달 초 말레이시아로 날아가 현지 1위 와이맥스(WiMAX)통신업체인 패킷원(Packet One)의 지분25%를 1억 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정 사장은 또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내 등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그가 지난해 취임 후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는 산업생산성증대(IPE)사업의 일환이다. IPE사업의 활동무대를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대하고 있는 것. 정 사장은 "IPE를 통한 시장확대를 이뤄내 SK텔레콤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지난 1월 취임과 함께 활발한 언론 접촉 등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하다 4월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도 6월 중순 유무선융합(FMC)전략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시작으로 기지개를 켠다. 'LG유플러스'로의 사명 변경에 따라 적극적인 회사 알리기가 필요한데다 전략 스마트폰 출시 등 전열 재정비가 마무리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LG는 7월초 비전 선포식을 시작으로 새로운 회사 이름을 홍보하고 향후 사업전략을 소개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 예정이어서 이 부회장의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질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월부터는 신형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올 뿐만 아니라 컨버전스ㆍIPEㆍ탈통신으로 대표되는 빅3의 주력 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기업고객시장 쟁탈전도 가열될 전망"이라며 "이에 비례해 CEO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업체간 신경전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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