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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CEO들 제주서 생존해법 머리맞대

"지금 혁신않으면 공멸" "함께 블루오션 개척을"

“자구 차원에서 염색공장 부지를 내놓았지만 1년이 넘도록 인수 희망자조차 나서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 땅값은 오른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난해보다 30% 가량 가격을 낮췄는데도 반응이 없습니다.“ (김수강 동국무역 회장) “섬유업계가 공멸을 피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신소재 개발 등 블루오션(미개척시장) 개척에 나서야 합니다.” (한광희 ㈜코오롱 사장) 벼랑 끝에 내몰린 국내 섬유업계의 최고경영자(CEO) 70여명이 생존의 해법을 찾기 위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3일부터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섬유 CEO 워크숍’에서는 평생을 섬유산업에 바쳐온 노장들의 높거나 낮은 목소리가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 섬유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제주도에서 만난 ‘한국 섬유산업 CEO’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워크숍 초기 일부 참석자들은 “섬유산업은 완전히 희망이 없다”는 극도의 비관적인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김성대 도레이새한 상무는 “경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섬유경기는 말도 꺼내지 마라. 중국의 저가공세에다 고유가까지 겹쳐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만 팽배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워크숍에 참석한 CEO들 대부분이 “섬유산업도 이제는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광희 ㈜코오롱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혁신하지 않으면 죽는다”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자”고 촉구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섬유업계가 구조조정이나 기술개발 등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오늘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반성도 새삼 제기됐다. 대구의 한 섬유업체 사장은 “중소업체는 대부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안일하게도 정부의 정책자금만 기다리는 형편”이라며 “국내시장의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면 전적으로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섬유업계 CEO들에게 ‘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환율하락, 고유가, 화섬원료 가격 급등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돼 국내 화섬산업의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업계 자율을 원칙으로 해 가장 경쟁력 있는 설비 중심으로 특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변신의 바람도 조금씩 불어오고 있다. 효성은 14일 세계 최대 타이어 업체인 미슐랭과 6억5,000만달러의 스틸코드 공급계약을 체결, 북미시장 공략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도래이새한도 500억원을 들여 업계 최초로 광학용 필름라인 생산을 개시하고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을 향해 달리고 있다. 경세호 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일본 섬유산업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창출로 부활했던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차별화 전략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섬유업계가 주도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섬유업계는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혁신전략추진위원회를 본격 가동시켜 섬유ㆍ패션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한편 한국의 섬유맨들이 극도의 위기감을 드러냈던 바로 그 순간 총회장 옆 회의실에서는 이번 행사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투위쩌우 중국 방직공업협회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투 회장은 “항후 5년간 중국 섬유업계는 기능성 섬유 등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중국 섬유업계의 혁신작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음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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