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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 금융기관들 "시어머니 둘 뒀다"
입력1999-03-31 00:00:00
수정
1999.03.31 00:00:00
「시어머니가 둘로 늘어나 골치아프게 됐다.」통합 예금보험공사가 활동을 강화하자 시중 금융기관들이 털어놓는 불만이다.
금융감독원의 까다로운 「입맛」에도 맞추기 어려운 판에 예금공사의 간섭까지 받게 되니 귀찮다는 것이 시중 금융기관 임원들의 하소연. 예금공사는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파산요청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금융기관으로선 영락없이 두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형국이 된 셈이다.
그러나 예금공사는 「시어머니」란 표현에 펄쩍 뛴다. 여러가지 권한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를 행사하는 것은 「비상사태」에 국한될 뿐, 본질적인 기능은 보험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예금공사의 주장.
『보험금 부담을 덜고 보험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금융기관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 책임자들은 금융사고가 터지면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으면 끝나지만, 우리는 금전적 배상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눈에 불을 켜고 보험사고를 감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란 것이다.
손해보험사가 소방서와 별도로 가입자에 대한 안전진단을 벌이고 생명보험사가 건강진단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게 공사측의 설명. 예금공사도 보험기관 입장에서 금융기관들의 「안전상황」을 사전 점검함으로써 대형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금공사는 최근 「경영분석팀」이란 조직을 신설, 각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작업을 벌이고 있다. 매달 금융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제출받아 경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주업무다. 부실징후를 보이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에 나서거나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예금공사가 안전점검과 함께 「양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채권회수 업무다. 이를 위해 설치된 조직이 「채권관리실」이다. 예금포도청으로 불리는 채권관리실은 보험사고를 집중 추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채권추심 및 회수업무와 법률관계에 정통한 20여명의 전문가가 예금도둑을 잡는데 투입되고 있다.
채권관리실은 최근 파산한 지방 금융기관에 예금했던 금액을 미리 찾아내고서도 타인 명의로 공사에서 대지급을 받아 이중으로 챙긴 악덕 기업주를 계좌추적을 통해 적발해내기도 했다.
남궁훈 사장은 『국민의 돈을 떼어먹은 사람들을 땅끝까지 쫓아가 반드시 응징하고야 말 것』이라고 다짐한다. 채권관리실은 퇴출 종금사의 경영진에 대한 은닉자산 조사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부실금융기관 실사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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