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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의 지혜와 용기

최근 금융가에서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금융회사는 단연 투자은행이다. 외국 투자은행이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느니, 기업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은행 성격의 선도증권사가 필요하다는 등이다. 투자은행이란 증권의 설계와 인수를 통해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금융회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금융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가 이에 해당된다. 지극히 딱딱하고 복잡한 금융회사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를 통해 투자은행에게 필요한 지혜와 용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중 `잃어버린 성배(聖杯)를 찾아서`는 주인공 인디애나가 신비의 성배을 찾아 하나 하나 관문을 통과해 가는 과정을 다룬 흥미로운 영화였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성배를 찾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그 때까지 뛰어난 지혜로 문제를 해결해 온 인디애나 존스는 더 이상 지혜만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쪽 절벽에서 저쪽 절벽으로 건너가야 하는 데 다리가 없었던 것이다. 예언서에는 다리가 있다고 적혀 있었고 용기를 가진 자만이 다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다리가 보이지 않는 천길 낭떠러지에서 허공에 발길을 내딛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했다. 물론 인디애나 존스가 허공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발 밑에는 투명한 돌다리가 드러났고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투자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디애나 존스처럼 지혜와 용기를 겸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투자은행에게 필요한 `지혜`와 `용기`란 과연 무엇인가. 첫째, 투자은행에게 필요한 지혜란 기업과 투자자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줄 수 있는 증권설계 능력이다. 증권설계는 기업과 투자자간에 다리를 놓는 작업과 같다. 주식이라는 다리, 채권이라는 다리를 통해 자금이 투자자로부터 기업에게 공급될 수 있다. 그런데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 증권으로는 다리를 건널 수 없는 기업들이 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몸을 다쳤기 때문에 휠체어가 장착된 다리가 필요하다. 바이오기술 벤처기업은 위험이 높고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므로 이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다리가 설계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자산유동화증권, 주식연계증권 등 다양한 다리가 새로 놓여졌고 인기도 좋다. 남들이 연결하지 못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할 수 있는 증권설계, 이야말로 투자은행이 갖추어야 할 지혜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 둘째, 투자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혜뿐만 아니라 용기가 필요하다. 인디애나 존스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첫발을 내 딛을 수 있는 용기 말이다. 투자은행은 증권의 인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정도와 성격의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하는 것, 이것이 투자은행에게 필요한 용기이다. 마구잡이 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그런데 위험부담을 위해서는 체력강화가 필요하다. 자본금 규모확대 즉 대형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위험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투자자로부터 신뢰도 획득할 수 있다. 보기에 흔들거리고 가냘픈 다리를 누가 선뜻 건너려 하겠는가. 최근 들어 투자은행은 단순중개업무 외에 직접투자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이 또한 자본금 대형화를 통한 안정적 자본베이스의 확보를 필요로 한다. 최근 커지고 있는 장외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상대방으로서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대형화가 필요하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증권사의 투자은행기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자원이 부족한 입장에서 신기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지 않을 수 없고 자금조달은 다수가 위험을 부담하는 증권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가증권 인수와 기업구조조정을 핵심업무로 하는 투자은행적 성격의 증권사 육성은 그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증권설계 능력과 대형화를 통한 위험부담 능력은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증권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지혜와 용기이다. 성배를 찾아 나선 인디애나 존스와 같이 지혜와 용기를 갖춘 멋진 투자은행의 출현을 기대한다. <김형태(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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