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이면 참여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맞게 된다. ‘7%대 경제성장률 달성’ ‘빈부격차 해소’ ‘지역균형발전’ 등 온갖 장밋빛 목표들로 무장해 출범했지만 임기 절반이 지난 뒤 살펴본 경제성적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4% 성장률 달성이 버거울 정도로 잠재력은 떨어졌고 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은 여전한 가운데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격차는 더욱 심각해졌다. 더 이상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목표 지향적인 정책수립 ▦규제완화 등을 위한 설비투자 극대화 ▦금융 및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최소화를 필수과제로 꼽고 있다. ◇극심해진 양극화, 불안한 서민생활=전반기 참여정부 경제운용의 최대 실패작으로 전문가들은 ‘낮아진 성장잠재력’과 ‘양극화’를 주저 없이 꼽는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했다가 6%로 내렸는데 이마저도 전혀 못 채우고 절반 수준”이라며 “정책 부진으로 잠재성장률마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 설비투자 부진이나 기업투자 의욕 상실은 암울할 정도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기업투자 규모가 좀 지나칠 정도로 부진한 수준”이라며 “참여정부가 기업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정책적 일관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극심한 양극화에 대한 지적은 더 날카롭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경기가 악화되고 고용사정이 나빠지면서 피해를 입는 쪽은 서민층”이라며 “참여정부가 분배와 복지 분야에 신경을 썼지만 성장과 경기회복을 이뤄내지 못해 오히려 효과가 적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ㆍ4분기 기준으로 소득최상위 10% 계층은 하위 10% 계층보다 15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 가계대출이 여전히 높아 서민생활은 아직도 불안하다. 지난해까지도 카드대란의 여파로 처분가능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130%를 넘어선 상황이다.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보니 지출도 줄어든다. 지난해 소득 부족으로 생명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료를 못내 효력을 잃은 건수만 988만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손 그만 대고 투자활성화 앞장서야=난국의 타개를 위한 비책으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부동산 및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활성화’를 지적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정책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김선덕 건설산업연구소 소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세금 때리기에 치중돼 ‘집값안정’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세수확대’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는 세제를 놓고 1년도 안된 제도를 섣불리 고치기보다 금융정책 등과 폴리시믹스(Policy-Mix)를 통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성린 교수 역시 “부동산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건설시장도 죽이고 경제성장도 둔화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교육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세금제도만 건드린다”고 비판한다. 유병규 본부장은 “부동산 정책은 일방적인 규제나 억제책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며 “당장의 집값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고령화사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 등 수급요건을 고려해 순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자여건이 나쁘다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무조건 ‘일침’을 놓기보다는 더 따뜻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오문석 상무는 “기업들이 투자할 여건이 되면서도 일부러 투자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정부가 투자부진을 전부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규제완화를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유 본부장도 “추경이나 재정투자 등 경기부양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뚜렷한 일관성을 갖고 기업투자가 늘도록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눈만 뜨면 부동산 정책을 논의하는 대신 경제정책의 모든 역량을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 성장잠재력 확충에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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