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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 헬기 충돌] 베테랑 조종사가 사고 직전 비상선언 왜 안했나

■ 의문에 싸인 사고 원인<br>장애물 있으면 신호 보내주는 지상접근장치 작동여부도 확인안돼<br>시계 1.1㎞로 정상상황이었지만 사고 지역 안개 더 짙었을 가능성<br>블랙박스 분석 6개월 이상 걸릴듯


지난 16일 발생한 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고층 아파트와 헬리콥터가 부딪힌 것이다. 2001년 공군 헬기가 서울 올림픽대교 조형물을 들이받은 사고 이래 도심에서 헬기 사고가 발생한 것은 12년 만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과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사고 당일 기체와 블랙박스를 수거해 사고 정황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유력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사고기는 2007년 1월에 제작한 비교적 신형 헬기다. 당시 탑승하고 있던 박인규(58) 기장은 비행시간이 약 7,000시간에 달하는 베테랑으로 공군에서 21년을 근무했으며 대통령 전용기를 15년간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기장 고종진(37)씨 역시 비행시간 3,310시간에 공군에서 13년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어 기체 결함이나 조종 미숙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태다.

17일 인천시 중구 운서동 서울지방항공청에서 열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김재영 서울항공기상청장은 "관제 지시 없이 조종사의 육안으로만 비행하는 시계비행을 하는 경우라도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비상주파수를 통해 방송하면 모든 관제탑으로 전달되지만 사고기의 기장은 사고 당시 비상선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직전까지 조종사가 사고 가능성을 알아채지 못했거나 어떤 이유로든 비상선언을 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장애물을 알려주는 지상접근장치가 정상 작동했는지도 의문점이다. 김 청장은 "사고기 기종에는 시계비행을 하더라도 장애물이 있으면 신호를 보내주는 지상접근장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블랙박스 추가 조사과정에서 기장이 비상선언을 하지 않은 이유나 지상접근장치가 작동했는지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원인은 블랙박스 분석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가장 강력한 사고원인은 '안개'로 지목되고 있다.

사고 당일 김포공항은 사고기에 정상적으로 이륙 허가를 냈다. 김포공항 관계자는 "헬기가 이륙할 수 있는 시정 조건이 175m인데 사고 헬기가 이륙할 당시 시정은 1,200m까지 나와서 이륙하기에 매우 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기상청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관측한 서울 지역 가시거리도 1.1㎞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14일 서울에 내린 비로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 안개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었다"며 "송월동에서는 가시거리가 1㎞ 가까이 나왔지만 지역마다 안개가 낀 정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고지역에 더 짙은 안개가 끼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조종사가 시계비행을 하다 안개 때문에 항로를 벗어나 아파트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헬기 운항이 안개에 따라 유동적이었고 판단은 박 기장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은 "8시께 (박 기장이) '안개가 걷히고 있어 문제가 없다.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김 청장은 "블랙박스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빨리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도 항공법상 인구 밀집지역은 회피해 비행하도록 돼 있고 밀집지역을 지날 경우 300m 떨어진 높이에서 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 계기로 항공안전종합대책에 헬기 안전대책을 포함해 이른 시일 내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18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헬기 보유업체 33곳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현황과 조종사 교육훈련, 안전 매뉴얼 관리 여부 등을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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