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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봄, 그린이 부른다] <깔깔 골프유머> 지옥에서 골프를


한 싱글 골퍼가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갑자기 하늘나라로 온 그를 보고 입구를 지키던 수문장이 난감해 했다. 아무리 명부를 살펴봐도 천당행인지 지옥행인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망설이던 수문장은 그에게 “착하게 살아온 것이 분명하니 특별히 천당과 지옥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먼저 지옥부터 구경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천당을 택하라고 말해줬다. 지옥 구경을 온 골퍼를 보고 사탄은 골프광이었던 그를 유혹할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단 하나의 간절한 소망, 즉 “언제 어느 때라도 마음 놓고 골프를 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련만…” 하는 심정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사탄은 골프광을 지옥의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안내했다. 융단 같은 페어웨이와 아름드리 나무가 어우러진 맑은 호수, 기막히게 설계된 홀들…. 특히 황금 카트와 보석으로 장식된 최고급 골프채를 보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한번 라운드를 해보겠다는 그에게 사탄은 지옥에 남겠다는 약속을 하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지옥 골프장은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된다는 설명과 함께. 골프광은 수문장에게 뛰어가 천당은 가볼 것도 없고 지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사탄과 함께 황금 카트를 타고 첫 홀로 향하는 그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티 박스에서 휘황찬란한 드라이버로 연습 스윙을 마친 뒤 황금으로 된 티를 정성스레 꽂은 그는 사탄에게 공을 달라고 부탁했다. 사탄이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공은 천당에만 있어. 여긴 지옥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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