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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압수수색 파장] 새정부ㆍ재계 다시 냉기류
입력2003-02-18 00:00:00
수정
2003.02.18 00:00:00
김형기 기자
화해ㆍ협력의 무드를 조성하는 듯 하던 새 정부와 재계가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 여파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재계는 특히 이번 사태가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를 상대로 펼쳐졌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은 채 속내를 꼭꼭 감추고 있다.
◇얼굴 굳힌 재계=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일단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SK그룹 압수수색 사태가 개별 그룹의 문제로 제한될 수 있지만 검찰이 여타 재벌그룹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시켰다는 점 등등 여러가지 정황을 판단할 때 여차하면 곧 바로 자신들의 문제로 확산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는 모습이다.
4대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줄기차게 강조한 재벌과 기업은 다르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사실상 최고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와 기업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어도 내년 총선전까지 1년 이상은 죽었다하고 바짝 엎드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동안 힘들게 구축한 새 정부와 재계간의 화해와 협력 관계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재계는 나아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야 시장의 논리에 맞춰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기업활동이란 것이 경영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이냐”며 “냉랭한 한파가 몰아쳐 오는데 월동준비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무한 대결까진 안 갈 듯=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번 SK그룹 압수수색을 놓고 공식적으로 “새 정부의 재벌정책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차기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시작된 이번 사태에 대해 일단은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이는 SK사태의 파장이 경제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재계의 손을 잡아 끌어야 하는 새 정부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이나 강도, 시기 등이 좀 더 정교하게 조율될 필요가 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다.
검찰 역시 이 부분에선 조심스러운 자세다. 공식적으로는 SK그룹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삼성, LG, 현대차 등 4대그룹의 내부거래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인수위나 검찰의 공식적인 멘트를 찬찬히 살펴보면 결국 이번 사태는 SK만의 문제일뿐 차기정부대 재벌의 대립양상으로까지 사안을 벌려나갈 의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해ㆍ협력 관계 언제쯤 가능한가=재계는 현재까지 “좀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사태가 대대적인 재벌 손보기의 시작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 당선자가 최근 전경련 주최로 열린 경영자 신년포럼에서 강경한 어조로 임기내내 조세제도를 개선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노 당선자는 취임 후에도 투명한 세제와 불법, 탈법에 대한 법의 잣대를 임기내내 들이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수위와 검찰의 공식 입장대로)이번 사태가 일과성 사건이거나 엄중한 경고 수준이라면 이번엔 재계가 관계 복원을 위한 몸짓을 조만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차기정부에 대해 확인해야 할 것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재계로선 쉽사리 화해, 협력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어중간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SK그룹 압수수색을 계기로 조성된 차기정부와 재계간의 냉기류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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