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가계 모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보이면서 은행들이 돈을 떼일 것으로 보고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고 한데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은행이 6일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행태 서베이(조사) 결과'를 보면 은행권의 올 1ㆍ4분기 종합 대출태도지수는 8로 전 분기 16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적이라는 뜻인데 대출 의욕이 그만큼 뚝 떨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전 분기보다 9포인트나 낮아졌고 대기업과 가계일반자금도 전 분기 6에서 3으로 떨어졌다. 다만 가계의 주택자금 대출 지수는 수도권 주택가격에 대한 하락 전망이 진정되면서 전분기 3에서 1ㆍ4분기 6으로 상승했는데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주류인 거치식에 대한 연장 제한 방침을 공식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지수 또한 내림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아진 것과 동시에 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한 은행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신용위험지수는 15로 전 분기보다 3포인트 올라갔다. 은행권은 이처럼 대출을 조일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대출의 수요는 전세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수요지수는 가계 일반자금과 주택자금이 각각 16과 22로 전 분기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은 전 분기와 같은 6을 유지했으며 중소기업은 22로 3포인트 하락했다. 신형욱 한국은행 안정분석팀 부국장은 "주택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 등으로 가계의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은행들은 경기 상승세 둔화와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우려해 대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계들은 은행들의 대출 축소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가계 대출의 총량을 줄이려는 금융 당국의 정책이 본격화할 경우 곤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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