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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보고서'에 멍드는 기업

매각설 제기된 현대증권, 강력반발에 내용 삭제 불구<br>급락한 주가는 회복 못해<br>동부도 이미 곤욕 치러


최근 '아니면 말고' 식의 설익은 기업분석 보고서가 잇따라 등장해 논란이다. 증권사가 객관적인 근거 없이 부정적 이슈를 담은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가 해당 기업이 발끈하면 슬그머니 내용을 수정해 투자자와 상장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이날 키움증권의 보고서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키움증권은 이날 오전 "현대증권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는 "모회사인 현대그룹의 영업실적 악화로 대주주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주가에 부정적인 뉴스"라며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 유도 정책을 추진할 경우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의 목표주가도 7,300원에서 6,6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보고서를 접하고 화들짝 놀란 현대증권은 공식적으로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대체 무슨 근거로 매물 가능성을 제기했느냐"며 이의를 제기했고 키움증권 측은 "단순한 개인적인 견해였다"며 곧바로 해당 내용을 리포트에서 삭제ㆍ재배포했다.

하지만 현대증권의 주가는 바로잡지 못했다. 현대증권은 이날 6.47% 나 급락한 6,790원에 마감했다. 키움증권이 보고서를 수정했지만 현대증권을 떠난 투자자의 마음을 돌려놓지는 못한 것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보고서를 내려면 근거와 팩트를 갖고 책임 있게 써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무책임하게 쓴 리포트 때문에 기업의 주가가 흔들리고 신용이 흔들리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반발했다.

증권사 보고서로 상장사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것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얼마 전 동부그룹도 증권사 보고서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LIG투자증권이 '그룹리스크 진단보고서'를 통해 "차입구조가 동양과 비슷하다"고 발표하면서 동부그룹을 제2의 동양으로 지목하는 보고서로 투자자들이 크게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이를 해명하는 데 적잖은 체력을 쏟아야 했다. 김준기 회장도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동부의 강한 항의에 LIG투자증권은 이틀 만에 정정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투자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명확한 근거 없이 이슈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며 "주식시장에서 증권사 보고서의 영향이 큰 만큼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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