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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 훌라걸스

훌라춤 추는 소녀들 폐광촌 사람들의 희망으로 떠오르다


‘훌라걸스‘는 폐광이 될 위기에 처한 탄광촌의 여자아이들이 훌라 댄서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영화다. 진취적이고 발랄한 젊은이들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일에 도전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하는 스토리는 그 동안 많은 청춘 영화를 통해 수없이 변주된 것. 하지만 ‘훌라걸스’는 이런 여타 청춘물들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난다. 일반 청춘영화들의 맛이 달콤하고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맛이라면, 이 영화에서는 그런 맛과 함께 알싸하고 시큼털털한 인생의 쓴 맛이 함께 느껴지는 것. 이는 영화가 실제로 절박한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폐광촌에 건설된 일본의 후쿠시마의 유명 휴양지 ‘하와이안즈’의 탄생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렇게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인생역정이 영화의 배경에 깔리면서 작품은 일반적 청춘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영화가 된다. 영화의 배경은 석탄에서 석유로 연료가 대체되며 탄광촌이 급속히 쇄락하기 시작한 1965년 일본의 한 탄광촌. 평생 탄광 한켠에서 석탄가루를 묻혀가며 일을 하는 것을 운명으로 알고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탄광촌의 평범한 소녀 사나에가 우연히 ‘하와이안 댄서 모집’전단을 발견한다. 탄광회사가 폐광된 탄광에서 나오는 온천수를 이용해 하와이안 리조트를 만드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훌라춤을 출 댄서들을 모집 중이었던 것. 댄서가 되면 지긋지긋한 탄광촌의 삶을 벗어날 수 있다고 믿은 사나에는 친구인 기미코(아오이 유우)를 설득해 댄서모집 설명회에 참석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 그녀들은 평생의 스승인 미도카(마쓰유키 야스코)를 만나 본격적인 댄서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영화는 기미코와 보수적인 그녀의 어머니(후지 스미코)와의 갈등,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끝내 춤을 그만두게 되는 사나에의 이야기, 동료 댄서인 사유리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훌라댄서팀과 마을 주민들 전체가 갈등하는 이야기 등을 거치며 그녀들이 점점 프로 댄서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다룬다. 단지 비루한 탄광촌의 삶에서 해방되겠다는 개인적 차원에서 시작된 소녀들의 춤은 이런 갈등과정을 겪으면서 점점 탄광촌 사람들 모두의 일이 된다. 탄광이 폐광되고 그곳의 구성원들이 사회에서 밀려나면서, 그 소녀들의 춤이 희망의 상징처럼 떠오르게 되는 것. 영화는 훌라춤이라는 약간을 선정적인 춤을 소재로 해서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이 희망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묘사한다. 1960년대 일본 사람들의 생활사와 당시 탄광촌 사람들의 사투리까지 충실하게 재현하며 당시 사회상과 이야기를 묶어낸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영화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상일은 제일교포 3세로 국내에도 ‘식스티 나인’, ‘스크랩 해븐’ 등의 영화를 통해 많은 팬을 거느린 젊은 감독. 그가 역시 제일교포 영화제작자인 시네콰논의 이봉우 대표와 함께 만든 이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일본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상을 휩쓸며 일본 주류영화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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