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법안'은 한층 엄격해진 개정 상법 및 공정거래법과 더불어 재벌들의 편법증여에 3중 자물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미 올해 4월 '회사의 기회 및 자산 유용 금지' 등의 조항을 신설한 개정 상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기업의 이사가 이사회의 3분의2 이상 승인을 얻지 못하면 회사의 사업기회와 자산을 자신 등을 위해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손해발생시 기회ㆍ자산을 유용한 이사와 이를 승인한 이사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기업의 이사 및 그 일가 등이 해당 기업과 거래할 경우 이사회에서 3분의2 이상 승인을 얻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오너 소유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손해가 발생한 기업의 주주들이 오너 및 이를 승인한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 공정거래법도 기업이 '현저한 규모'로 지배주주 등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자금ㆍ자산ㆍ상품 등을 제공하거나 거래할 경우 '부당한 지원행위'로 간주해 규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저한 규모'의 정의를 적용하면 기업이 오너 소유의 또 다른 기업에 일감을 정상가격으로 몰아줬더라도 그 물량이 과도하다면 처벌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강화된 상법 및 공정거래법이 시행됐음에도 재벌 등이 피해 다닐 구멍은 있었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상법상 '기회 및 자산 유용 금지' 조항 등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해도 법원은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법원은 주로 경영진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내린 판단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판결의 근거로 삼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부당 지원행위로 처벌해도 해당 기업이 억울하다며 행정소송을 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 처벌도 부당 지원으로 최종적 이익을 본 오너 일가 등이 아니라 지원을 통해 손해를 입은 기업에 이뤄져 사실상 책임은 기업이 지고 이익은 오너가 가져가는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일감 몰아주기 과세법안은 부당 지원에 따른 손해의 책임을 오너 일가 등에 지우도록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주주(상법)가 재벌의 편법행위를 조기에 감지ㆍ차단하고 이후 공정위(공정거래법)가 나서며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국세청(일감 몰아주기 과세법안)이 오너 일가의 부당이득을 세금으로 추징하는 식으로 3각 공조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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