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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밥

상어의 공격은 은밀하고 빠르다. 그 출현을 알았을 땐 이미 도망갈 기회를 잃은 경우다. 한번 공격을 시작하면 먹이감을 절대 놓치지 않는 뿐만 아니라 냉혈적이고 잔인하다. 기업사냥꾼, 이른바 레이더스(Raiders)를 비유하는 말이 바로 `샤크(Sharkㆍ상어)`다. 효과가 크진 않지만 레이더스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정관 등을 미리 바꿔 경영지배권 획득을 어렵게 하는 것을 `상어퇴치법`이라고 하고 레이더스의 공격을 사전에 파악해 알려주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를 `상어감시자(샤크워처)`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다. 최근 국내 재계 3위인 SK그룹을 공격한 크레스트라는 외국계 투자사의 전략은 치밀하고 민첩한 레이더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크레스트는 SK㈜ 주식 14.99%만을 매입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내 관련 법을 모두 무력화하면서 위협수단은 극대화시켰다. 반대로 먹이감의 대응을 보면 허점이 너무 많았다. SK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부도 별로 할 말이 없는 처지다. 이번 사건은 법 규정상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나는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하는 법이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공정거래법 등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 규정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 법의 유권해석에 따라 SK텔레콤의 경영권이 “안전하다”, “위험하다” 등으로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 법을 만든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또 다른 하나는 외국인으로부터 기간통신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바뀐 것이다. 크레스트는 미비한 법 규정의 허점을 파고 들었다. 레이더스는 항상 합법적으로 일을 꾸민다. 최고의 두뇌집단도 함께 움직인다. 정크본드의 황제로 군림했던 마이클 밀켄도 레이더스였고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기업사냥으로 현재의 아성을 구축했다.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와 월가의 큰 손인 칼 아이칸도 마찬가지다. 이런 레이더스가 공격을 시작하면 그 공격을 피하기 쉽지 않다.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는 취약한 재배구조와 허술한 법 규정을 갖고 있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이제라도 법을 뜯어 고치고 지배구조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법 규정 자체를 역차별이라고 비판하고 기업의 지배구조 만을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건설적인 논의가 아니다. 오히려 상어밥을 자초하는 길이다. <이용택(증권부 차장)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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