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년기업을 키워라] <2> 도전 즐기는 기업인

1등 제품 지속 혁신… 세계인에 새 라이프스타일 제시해야<br>혁신 못 찾은 일본 기업들 글로벌선두 못 지키고 추락<br>쇄신·신시장·융합 등 통해 미래가치 창출 적극 나설 때


유럽의 불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2011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유럽 시장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 것을 현대ㆍ기아자동차 고위간부들에게 지시한다. 유럽의 자동차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와중에 나온 뜻 밖의 주문이었다.

모두가 유럽 시장의 판매감소를 걱정했지만 정 회장은 반대로 생각했다. 유럽을 주력 시장으로 성장해온 기존 강자들은 유럽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을 테니 후발주자는 이 시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역발상은 적중했다. 2012년 유럽 자동차 수요가 8.2% 감소하고 푸조시트로엥그룹(-12.9%), 르노그룹(-19.1%), 피아트그룹(-16.1%) 등이 모조리 뒷걸음칠 때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9.4%, 14.1% 판매를 늘리며 독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불황기 유럽에서 거둔 성공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넘버원을 진퇴양난에 빠뜨린 한국식 추격전략=세계 산업의 역사에서 한국 기업은 후발주자 중에서도 막내급이었다. 그런 한국이 휴대폰ㆍTVㆍ조선ㆍ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자동차 세계 5위 등 세계 산업계의 주인공이 된 것은 해당 기업들이 창조적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세계 넘버원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던 점이 오늘을 있게 한 포인트라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한국 기업이 세계 1위를 목표로 혁신한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삼성전자가 TV 세계 1위를 차지한 계기가 된 '보르도'의 개발 스토리가 있다. 1위를 하기 위해 '여성이 구매하는 TV'라는 의외의 콘셉트를 설정한 것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TV는 아빠가 고르는 가전제품이라는 통념을 거부하고 와인잔을 모티브로 디자인해 실내 인테리어에 녹아드는 제품을 만들자는 혁신적 발상이 성공을 거뒀다.

포스코의 파이넥스는 100년이 넘은 고로제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과감한 목표에 따라 1992년 이후 일관되게 기술개발에 매달려 탄생시킨 제철법이다. 다른 철강업체들이 고급강종 개발, 규모의 경제 강화 등에 매달릴 때 포스코는 저렴한 원료로 고급 쇳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려 했고 파이넥스는 현재 포스코만이 가진 기술이 됐다.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기술과 제조능력을 강화해 세계 1위를 차지한 것도 드라마틱한 혁신사례다. 유가가 계속 올라 해양에너지 개발이 늘어날 것을 내다본 선제적 대응이 통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1위로 올라선 사례는 더 얘기할 것도 없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해 노키아 등 기존 휴대폰 강자들이 일대 혼란에 빠졌을 때 삼성전자가 보여준 전략적 기민함과 실행능력은 결국 애플을 진퇴양난으로 몰고 갔다. 이제는 물량뿐 아니라 영업이익에서도 삼성이 애플을 앞섰다.

◇일본의 교훈에서 배워라=그러나 문제는 기존 제품 분야에서 1위에 도전하는 기업전략이 이미 세계 수준에 진입한 한국 산업계에 더 이상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일본의 산업역사가 증명한다.



일본은 1950~1960년대 중화학공업화를 서둘러 신일본체절이 US스틸을 앞질렀고 조선산업은 1956년 영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됐다. 유가가 급등한 1970년대에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며 가전ㆍ시계 등 경박단소(輕薄短小) 제품 위주로 성공을 거뒀고 1980년대에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혁신적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1990년대 더 이상 발전할 길을 찾지 못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모노즈쿠리(장인정신)'를 앞세워 잠시 회복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어려움에 빠졌다.

특징적인 것은 일본을 대표해온 '장수형 기업'의 쇠락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도쿄상공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도산기업 중 30년 이상 된 회사의 비중이 1990년대 중반 10% 정도에서 2000년대 20%대로 올라갔고 2007~2009년에는 3년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2010년 제조업 도산기업 중 38.2%가 30년 이상 된 기업이었다. 추격전략으로 1위를 달성한 장수기업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사라진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저성장이 시작된 뒤 장수기업이 대거 퇴출됐다는 점은 큰 시사점을 준다"면서 "한국도 저성장 국면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라=그렇다면 이 같은 시기에 한국 기업이 일본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기업경영의 7대 트렌드'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선진기업이 택한 전략의 7대 트렌드를 ▦쇄신 ▦모색 ▦재배치 ▦신흥시장 ▦연합 ▦융합 ▦저가로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PTV 플랫폼 사업을 접고 게임기 X박스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쇄신의 사례이고 GE가 유전 관련 장비업체 루프킨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모색에 해당한다. 중국 하이얼이 일본에서, 화웨이가 핀란드에서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재배치의 사례이고 나이키-애플, 아디다스-구글의 협력은 연합의 사례라는 분석 등이다. 각각의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거나 근접한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오랜 시간 세계 시장을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인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가전ㆍ자동차 등 소비재뿐 아니라 통신망ㆍ에너지 등 기간산업에도 해당한다.

이준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방향의 당위성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추진해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만큼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